사실감 해양.재난 영화 중 최고
스케일 압도…휴머니즘 아쉬워
‘포세이돈 어드벤처’(The Poseidon Adventure. 1972)를 기억하는 올드 팬들은 31일 개봉한 ‘포세이돈’(Poseidon)이 궁금하다. 리메이크했다는 데 원작과 얼마나 같고 또 다른지. 스콧 목사가 죽음으로 다른 이들을 구할 때 같은 가슴 저릿한 감동은 있는지….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히 달라졌다. 주인공은 사람에서 물이 초래하는 공포로 바뀌었고, 이야기는 간결하게 정리되었으며 특히 원작이 강조한 휴먼드라마는 싹 제거되었다. “포세이돈부터가 원작과는 다른 배”라는 볼프강 패터슨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패터슨의 ‘포세이돈’인 것이다.
패터슨 감독은 대신 자신의 장기를 맘껏 구사한다. ‘퍼펙트 스톰’의 거대한 파도에 대항하는 인간의 사투와 ‘특전 U보트’의 갇힌 공간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탈출극을 잇대어 놓는다. 현대 기술을 총동원해 그려낸 재난 현장의 사실감 만큼은 지금까지 나온 해양 재난 영화 중 최고라고 할 만하다. 감독의 표현대로 ‘물과 싸우는 사람들에 관한 극사실주의 영화’로 새로 태어났다.
새해를 앞둔 밤. 북대서양을 항해 중인 초호화 거대 유람선 포세이돈에선 연말 파티가 한창이다. 새해를 맞이함과 동시에 배는 엄청난 규모의 파도에 휩쓸려 가라앉기 시작한다. 아비규환 속에서 프로도박사 딜런(조시 루카스)은 시장 출신의 로버트(커트 러셀)와 그의 딸 제니퍼(에미 로섬), 그리고 제니퍼의 남자친구 등과 함께 탈출로를 찾아 나선다.
영화는 꽤나 급하다. 호화유람선을 비추던 화면이 배가 뒤집히고 아비규환으로 바뀌기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뒤이은 딜런 일행의 탈출기도 영화가 막을 내릴 때까지 단 1초도 쉬어가지 않는다. 한 번 올라타면 벗어날 수 없는 롤러코스터처럼, 영화는 상승과 하강을 미친 듯이 반복하며 숨가쁘게 질주한다.
오로지 뒤집고 부수고 몰아치는 재난 상황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공포 영화를 방불케 한다. 사지절단 비주얼은 물론이고 마치 생명이라도 있는 것처럼 탈출을 시도하는 인물들의 발뒤꿈치를 졸졸 따라오는 바닷물은 관객들의 숨을 턱턱 막히게 조여 온다.
스피드와 눈을 뗄 수 없는 스펙터클은 굉장하지만 그 사이 사람은 사라졌다. 캐릭터는 밋밋해졌고, 휴머니즘도 물에 빠졌다. 패터슨 감독이 리메이크한다고 했을 때 팬들이 기대한 건 이게 아니었다. ‘물벼락 영화의 황제’라는 명성답게 물의 스펙터클을 살리면서 전작에서 보여줬던 인간군상의 다양한 모습과 감동을 함께 담아내길 바랐던 것이다.
물론 원작의 훌륭함을 나열하며 리메이크작을 재단하는 건 향수에 사로잡힌 불평이 될 수도 있다. 더 좋은 기술이 생겼으니 그걸 적극적으로 써먹는 것도 나쁘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 냄새가 사라진 스펙터클은 허전하다.
원작에서 스콧 목사로 분한 진 해크먼이 하느님을 향해 원망섞인 목소리로 절규하던 대목. “무엇을 더 원합니까. 여기까지 올 동안 당신 도움 받은 적 없어요. 우리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겁니다.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얼마나 더 목숨이 필요합니까. 신이시여, 도와주진 못할 망정 방해는 마십시오.” 그 대사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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