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儒學) 살리기’와 충청 선비정신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중국 ‘유학(儒學) 살리기’와 충청 선비정신

<시론>

  • 승인 2006-05-30 00:00
  • 김주창 청운대 교수김주창 청운대 교수
21세기의 철학 코드는 ‘유학(儒學)’이다. 화해와 용서, 그리고 정도를 일구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용 가치’가 담겨진 유학이 필요하다.

20세기는 정신적으로 방황과 실험을 계속하였다. 영국은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자본주의가 출현하며, 서양의 봉건 시대는 막을 내렸고, 자본가와 노동자는 극한 대립을 하게 되었다. 서양의 자본가들은 물질적으로 동양을 침탈하였고, 또 서양의 사상가들은 정신적으로 동양인들의 사고에 침투하여, 동양을 극단적으로 혼란에 빠뜨렸다.

특히 중국인과 한국인은 모두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혈육상잔의 비극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한국은 남북 이념 전쟁을 통해 부모 형제가 서로 총칼을 겨눈 비극이 있으며, 중국도 수 십 년간 좌-우익 내전을 끝으로 대만과 대륙으로 분리되었고, 근래에는 전대미문의 ‘문화대혁명’을 겪으며 극좌 세력이 극우 세력을 숙청하는 폭동을 감행하였다.

지금 중국은 그런 과거를 반성하며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극우도 극좌도 아닌 ‘중용 코드’만이 아시아를 살리고, 아시아 가치인 평화와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모든 우주 생명체가 서로 더불어 살아야 할 가치, ‘중용 코드’는 5천년 실험을 거쳐 만들어진 아시아의 정신 가치다. 지금 누구도 다른 생명을 지배하거나 억압할 수 없으며, 누구나 평등하며 누구나 자유를 구가하며 살 권리를 찾자는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것이 중국 북경대학교의 ‘유장(儒藏)편찬운동’이며, 충남도가 추진하는 ‘도의 행정’과 ‘인본 정치’도 바로 이것이다. 충남도는 한 걸음 더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중국 북경대학교와 ‘유장사업’을 합작하며, 또 충남이 유학 본산인 점을 감안하여 ‘한국 유장’을 정리 편찬하며, 충남 선조들의 정신 가치인 ‘중용 코드’를 부활하려고 한다.

20세기의 화두는 ‘물질’이었다. 물질 속에서 과학을 찾았다. 서양의 자본가들은 물질에 집착하여, 재산을 축적하려고 했다. 서양의 노동자들은 물질에 근거한, 공산주의를 건설하려고 하였다. ‘정신’이 깃들지 않은 모든 물질은 부패하게 되는데, 결국은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모두 부패하게 되었다.

21세기 아시아에 ‘한류’가 뜨고 있다. 아시아인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더니, 물질에 찌든 ‘인간 냄새’가 아닌, ‘인간 향기’가 배어 있다고 한다. 한국의 드라마에는 가족 공동체의 향기가 있고, 민족 국가 공동체의 향기가 있다고 한다. 그들은 아직도 혼돈과 방황을 반복하고 있는데, 한국 드라마에서 잃어버린 ‘아시아의 가치’를 재발견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아시아인들이 ‘한류’에 열광하고 있다. 그동안 잃어버렸던 아시아 가치를 한국에서 ‘불씨’를 발견한 것이다. 그 가치가, 멀리는 ‘인간 존중 가치’이며, 가깝게는 ‘유학 가치’이며, 전체적으로는 ‘정신 가치’인 것이다. 한류 덕분에, 삼성 컴퓨터 핸드폰이 불티나게 팔리고, LG 가전 제품과 현대 자동차가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되었다. 또한 드라마 덕분에 ‘대장금’ 식단은 황금 메뉴가 되었으며, 한국 음식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충남도의 선비들이 추구해 왔던 ‘중용 코드’는 21세기 정신 코드이자 문화 코드이다. 충남도에서 중국 북경대학교와 ‘유장 사업’을 합작하며, ‘한국 유장’을 편찬하려고 하는 것은, 뿌리깊은 정신적 유산인 ‘유학 정신’이 충남도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충남도는 26개의 향교가 남아있고, 최고의 걸출한 유학자 백이정 이곡 이색 맹사성 박팽년 김장생 김집 윤선거 윤증 송시열 송길준 이유태 한원진 최익현 등의 사당과 서원이 남아있어, 조선 시대 기호학파의 정맥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도가 중국의 유장사업에 참여하며, ‘한국 유장’을 편찬하면 세계가 주목하게 될 것이다. 사실, 한국 유학의 본산인 충남도가 아니면, 세계 어디에서 할 수 있단 말인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