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는 정신적으로 방황과 실험을 계속하였다. 영국은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자본주의가 출현하며, 서양의 봉건 시대는 막을 내렸고, 자본가와 노동자는 극한 대립을 하게 되었다. 서양의 자본가들은 물질적으로 동양을 침탈하였고, 또 서양의 사상가들은 정신적으로 동양인들의 사고에 침투하여, 동양을 극단적으로 혼란에 빠뜨렸다.
특히 중국인과 한국인은 모두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혈육상잔의 비극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한국은 남북 이념 전쟁을 통해 부모 형제가 서로 총칼을 겨눈 비극이 있으며, 중국도 수 십 년간 좌-우익 내전을 끝으로 대만과 대륙으로 분리되었고, 근래에는 전대미문의 ‘문화대혁명’을 겪으며 극좌 세력이 극우 세력을 숙청하는 폭동을 감행하였다.
지금 중국은 그런 과거를 반성하며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극우도 극좌도 아닌 ‘중용 코드’만이 아시아를 살리고, 아시아 가치인 평화와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모든 우주 생명체가 서로 더불어 살아야 할 가치, ‘중용 코드’는 5천년 실험을 거쳐 만들어진 아시아의 정신 가치다. 지금 누구도 다른 생명을 지배하거나 억압할 수 없으며, 누구나 평등하며 누구나 자유를 구가하며 살 권리를 찾자는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것이 중국 북경대학교의 ‘유장(儒藏)편찬운동’이며, 충남도가 추진하는 ‘도의 행정’과 ‘인본 정치’도 바로 이것이다. 충남도는 한 걸음 더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중국 북경대학교와 ‘유장사업’을 합작하며, 또 충남이 유학 본산인 점을 감안하여 ‘한국 유장’을 정리 편찬하며, 충남 선조들의 정신 가치인 ‘중용 코드’를 부활하려고 한다.
20세기의 화두는 ‘물질’이었다. 물질 속에서 과학을 찾았다. 서양의 자본가들은 물질에 집착하여, 재산을 축적하려고 했다. 서양의 노동자들은 물질에 근거한, 공산주의를 건설하려고 하였다. ‘정신’이 깃들지 않은 모든 물질은 부패하게 되는데, 결국은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모두 부패하게 되었다.
21세기 아시아에 ‘한류’가 뜨고 있다. 아시아인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더니, 물질에 찌든 ‘인간 냄새’가 아닌, ‘인간 향기’가 배어 있다고 한다. 한국의 드라마에는 가족 공동체의 향기가 있고, 민족 국가 공동체의 향기가 있다고 한다. 그들은 아직도 혼돈과 방황을 반복하고 있는데, 한국 드라마에서 잃어버린 ‘아시아의 가치’를 재발견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아시아인들이 ‘한류’에 열광하고 있다. 그동안 잃어버렸던 아시아 가치를 한국에서 ‘불씨’를 발견한 것이다. 그 가치가, 멀리는 ‘인간 존중 가치’이며, 가깝게는 ‘유학 가치’이며, 전체적으로는 ‘정신 가치’인 것이다. 한류 덕분에, 삼성 컴퓨터 핸드폰이 불티나게 팔리고, LG 가전 제품과 현대 자동차가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되었다. 또한 드라마 덕분에 ‘대장금’ 식단은 황금 메뉴가 되었으며, 한국 음식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충남도의 선비들이 추구해 왔던 ‘중용 코드’는 21세기 정신 코드이자 문화 코드이다. 충남도에서 중국 북경대학교와 ‘유장 사업’을 합작하며, ‘한국 유장’을 편찬하려고 하는 것은, 뿌리깊은 정신적 유산인 ‘유학 정신’이 충남도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충남도는 26개의 향교가 남아있고, 최고의 걸출한 유학자 백이정 이곡 이색 맹사성 박팽년 김장생 김집 윤선거 윤증 송시열 송길준 이유태 한원진 최익현 등의 사당과 서원이 남아있어, 조선 시대 기호학파의 정맥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도가 중국의 유장사업에 참여하며, ‘한국 유장’을 편찬하면 세계가 주목하게 될 것이다. 사실, 한국 유학의 본산인 충남도가 아니면, 세계 어디에서 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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