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원 원장 |
요 근래에 제 환자 중 세분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고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K씨는 잘 나가는 사업을 했던 분으로 후배의사와 절친하여 환자이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술 한잔씩 유쾌하게 하던 분이었습니다. 호인이었고 친구와 후배를 아낄 줄 알았고 아주 미인인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누가 보아도 부러운 가족이었습니다.
어느 날 K씨가 잠이 안온다고 해서 약간의 인터뷰를 한 후 소량의 약을 주었고 불면증은 금방 호전이 되었습니다.(실제로는 이미 도박에 중독이 되었는데 말을 하지 않았고 저는 몰랐던 상태였습니다.) 1~2 년이 지나고 아내가 왔습니다. 얼굴은 창백하였고 수척한 상태로 와서 제발 남편의 도박을 끊어달라고 애원을 하였습니다.
이때부터 지루하고 치열한 전투가 시작 되었습니다. “도박은 마약과 같다. 결국 모든 것을 잃는다”라는 개론부터, 끊고 나서의 심리적 공허감을 메워주기위한 수없는 노력을 하였습니다.
수십번의 면담과 적극적 약물치료와 부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고 도박을 안 하기 위해 도박을 법적으로 못하게 하는 나라까지 가서 1년을 살았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안심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재산을 다 탕진하였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을 하였고 주위 분들 역시 도움을 많이 주어서 가족과 먹고 살만한 정도 는 되었습니다.
그러나 영화처럼 해피앤딩으로 끝나지 못했습니다.“이제는 잘 지내고 있어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마지막으로 들은 인사말입니다. 그 후 3개월 뒤 강원도 정선에서 한 달 만에 아내가 남편을 찾았을 때에는 완전히 사람이 망가져 있었고 결국 한달 뒤 자살을 하였습니다. 정말 불행한 이야기입니다만 이것으로 이야기가 끝나질 않았다는 것이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입니다.
결국 아내 역시 우울증으로 시달리다가 남편을 쫓아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고 두 아이는 고아원으로 보내졌습니다.
L씨 역시 먼저 개인적으로 알았던 후배입니다. 사업이 잘 안되면서 오락실에서 도박을 했고 결국 살고 있던 아파트까지 날리면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정신과에는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고 도박을 했다는 것 역시 부음을 듣고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적으로 도박에 빠져 계시는 분들은 자존심이 강하고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절대로 자발적인 정신과적 도움을 요청하는 법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허탈한 마음이 그 다음에는 목적 없는 분노가 생깁니다. 우울증으로 자살을 하는 것은 제대로 치료만 된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박으로 인한 것 은 경험상 자살이나 삶의 파탄을 막을 수 없다고 느낍니다.
도박은 너무 광범위하게 (경제적, 가정적, 사회적, 정신적으로) 파멸로 이끄니까요.요사이 부쩍 는 오락실을 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행복과 삶을 뺏어갈지 몸서리를 치게 됩니다. 도박에서 헤어나고 싶은 분은 인터넷 사이트( www.dandobak.co.kr)를 참조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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