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극장 “진짜 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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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극장 “진짜 주인공은?”

꼬마 호로비츠 VS 충청도 생짜액션

  • 승인 2006-05-26 01:01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호로비츠를 위하여

주 연:엄정화 신의재 박용우


대전 영상효과타운 첫 개봉작
재능결핍 스승-절대음감 제자
가슴 울리는 감동과 눈물 선사



제목의 ‘호로비츠’는 러
시아의 천재적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4∼1989)를 지칭한다. 흠잡을 데 없는 기교와 힘이 넘치는 다이내믹한 연주로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부러운 피아니스트’로 꼽는 인물이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이처럼 제목에서부터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임을 분명히 하고 시작한다.

호로비츠 같은 세계적 피아니스트를 꿈꿨으나 꿈을 접고 변두리 동네에 교습소를 내게 된 지수(엄정화). 어느 날 지수 앞에 절대 음감을 가진 소년 경민(신의재)이 나타난다.

동네에서 말썽만 일으키는 경민에게서 천재성을 발견한 지수는 자신이 못 이룬 꿈을 대신 이루려 경민의 지도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콩쿠르를 목표로 한 피나는 연습과정을 거치며 두 사람 사이에는 따뜻한 애정이 돋는다.

얼개만 보면 ‘빌리 엘리어트’와 ‘선생 김봉두’가 만난 것 같다. 영화는 이처럼 식상한 드라마 구조를 가졌지만 경민의 피아노 연주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힘을 지녔다. 물론 그 중심은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다. 스승은 허점투성이, 제자는 상처투성이. 그러니 둘은 어긋나고 충돌하고 화해한다.

관객의 눈물은 경민의 뛰어난 연주보다는 지수의 가슴앓이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다. 헌신적으로 희생하는 화석화된 스승이 아니라 개인적 욕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우리 자신과 꼭 닮았다. 경민이 콩쿠르에서 자신의 뜻대로 하지 않자 단호히 결별할 정도로 이기적이다.

반면 자식을 출세시키기 위해 이별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는 이 시대 어머니의 초상이기도 하다. 친구같고 누나같고 때론 깍쟁이 아줌마 같고 종내는 엄마처럼 느껴지는 인물을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그려낸 엄정화의 연기가 훌륭하다.

권형진 감독의 연출도 돋보인다. 억지로 눈물샘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마침내 눈물을 터뜨리게 이끄는 솜씨는 이 영화가 첫번째 영화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스토리의 빈 공간에 음악을 배치하는 솜씨도 탁월하다. 경민이 피아노로 다람쥐, 시냇물의 느낌을 표현하는 소풍신은 음악이 우리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깨닫게 한다. 음악감독 이병우씨가 정성껏 풀어놓은 클래식 선율과, 지수와 경민이 사랑을 확인하는 주요한 장면에서 들려오는 슈만의 ‘트로이 메라이’를 비롯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등 명곡은 엄정화 신의재 못잖은 또 다른 주인공이다.

마지막 공연장 신은 클래식을 즐기지 않는 관객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 가슴을 울리는 음악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대전영상특수효과타운에서 촬영한 영화 중
개봉으로 치면 첫 번째다. 전체관람가.



■짝패

주 연:류승완 정두홍 이범수

느림의 미학 사투리 ‘웃음폭발’
와이어·대역없는 액션 백미
한국 무술영화 가능성 재발견





리샤오룽(李小龍)과 청룽(成龍)의 액션에 푹빠진 소년이 있었다. 리샤오룽과 청룽을 흉내내며 자란 아이가 어디 한둘일까만, 소년은 장동휘 박노식 독고성 이대근 김영인 백찬기로 이어지는 한국 영화의 날 것 액션에도 빠져 들었다.

이 ‘액션키드’는 “나중에 크면 신나는 액션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운다. ‘짝패’는 진짜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던 소년의 동경이 피와 살을 얻은 영화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은퇴한 조직폭력배 왕재가 어느날 거리의 아이들에게 살해당하고, 어린시절 친구인 태수(정두홍)와 석환(류승완)이 왕재를 죽인 범인을 찾아 나선다. 그러는 가운데 또 다른 친구인 필호(이범수)와 관련된 음모가 드러난다. 태수와 석환은 왕재의 복수를 위해 처절한 마지막 한 판 싸움을 준비한다.

나머지 빈 공간을 채우는 건 액션이다. ‘진짜’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감독과 무술감독이 의기투합했으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줄거리 인물 배경 심지어는 의상까지 영화의 모든 것이 액션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맞춰진 것.

‘와이어없이 벌이는 생짜 액션’은 말 그대로 살아있다. 때리는 통쾌함과 맞을 때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진다. 마치 춤추는 듯, 공중 곡예를 하는 듯한 몸동작은 화려한 볼거리다.

전광석화 같은 몸놀림에 540도 회전 돌려차기, 공중 제비차기 등 몸이 보여줄 수 있는 한계를 잊게 한다. 태수와 10대 무리들이 어울려 벌이는 길거리 싸움은 백미. 인라인 스케이트나 산악 자전거로 공격을 한다거나 야구부 하키부 학생들이 각각의 특성으로 공격해 온다는 설정은 정두홍의 진짜 액션으로 인해 빛이 난다.

눈에 익숙한 액션 영화들도 흥겹게 인용된다. 하이라이트인 운당정에서의 결투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로 시작해서 차례차례 고수들을 물리치는 대목에서는 리샤오룽의 ‘사망유희’로 발전한다.

정두홍과 류승완은 거의 대부분 대역 없이 액션연기를 소화해냈다. 그들의 땀과 액션에 대한 애정이 스크린에 그대로 묻어나는 느낌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였다”는 류승완 감독의 고집은 그가 꿈꿔왔던 액션 영화의 세계를 끝끝내 실현해낸다. 이 영화를 통해 드디어 그의 낙인이 일정한 형태를 갖게 된 셈이다.

영화 내용은 절박하고 처절하지만 곳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웃음 코드는 충청도 사투리. ‘느림의 미학’을 빠른 액션과 대치시킴으로써 일종의 뒤집는 재미와 엉뚱한 유머를 유발시킨다. 온양 출신 류승완, 부여 출신 정두홍, 청주 출신 이범수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한국 영화가 재미있다는 사실을, 한국 무술영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18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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