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행은 60대 초반인 부인이 운전하는 버스로 여행을 했다. 그 부인은 과묵한 성품 탓인지 쾌활한 표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두운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묵묵히 일을 하면서 가끔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띠곤 했다. 여성으로서 적지 않은 나이에 장시간 운전을 하는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결코 마음 편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간간히 보여주는 그녀의 프로정신에 다소 위안이 되기도 했다.
하루는 그녀의 남편과 같은 도시에 머물게 되었는데, 다음날 이른 새벽 남편이 우리가 머무는 숙소에 와서 짐 나르는 것을 거들고 공항까지 함께 갔다. 중후한 풍모의 남편은 작고 버걱거리는 안내원 자리에 앉아서 운전하는 부인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열심히 뭔가를 속삭이는데 다정하고 포근한 모습이 서양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지난 날 제법 큰 회사를 운영했던 그들이 짙은 새벽의 어둠을 헤치고 찬 공기를 가르며 그토록 고된 일을 하게 될 줄을 상상이나 했을까만, 바뀐 처지와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초로의 부부애가 아직도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 어느 신문에서 화물트럭을 몰던 남편이 덜컥 병에 걸리자, 아내가 운전을 배워 서울~부산을 교대로 운전하고, 시속 100Km의 트럭 안에서 하루에도 4번씩 투석을 하면서도 행복하다는 ‘4.5t 트럭안의 부부’의 애절하고도 가슴 뭉클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데 어디 정답이 있을까마는 “많이 힘들지?”, “당신을 믿어요”가 배우자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말이라는데, ‘가정의 달’이고 ‘부부의 날’이 있는 5월을 보내며 떠 올려보는 부부애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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