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청소년 중 상당수가 그 이유로 ‘외모나 이름이 이상해서’, ‘성격이 활발하지 못해서’, ‘힘이 약해서’, ‘공부나 운동 등 잘하는 것이 없어서’, ‘집이 가난해서’ 등을 들고 있다.
학교폭력으로 말미암아 많은 아이들이 영혼이 파괴된 채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에 갇혀 있다. 견딜 수 없어 한국을 떠나는 아이도 있고,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인정치 않고 단순히 그 또래에 있기 마련인 싸움 정도로 여기거나 아예 사건 자체를 은폐·축소한다. 피해학생 학부모는 자녀의 치료와 진실규명이라는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다 체념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한 가정이 파탄되는 경우도 있다.
이제 학교폭력은 단순한 학생들간의 싸움이나 커 가는 과정에서 한번 거치는 단순한 경험차원이 아니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문제다. 한편 학교폭력은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구제해야 하지만 아직 분별력을 갖추지 못한 가해학생에게도 나쁜 딱지만을 붙여서는 곤란하고 교육을 통한 선도에 각도를 맞추어야 하는 특수성이 있는 문제다.
따라서 학교폭력은 우선 예방이 가장 중요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정확한 진단이 내려져야 하고, 가해학생에 대하여는 응당한 징계와 선도가 병행되어야 하며, 피해학생들에게는 보호와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보장될 수 있는 정확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 및 동법 시행령에 의하면 학교에 교사, 학부모, 법률가, 경찰공무원 등으로 이루어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설치하여 학교폭력의 예방교육과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분쟁조정 기능을 맡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위 법령은 폭력의 예방보다는 사후대처에 중점이 두어져 있어서 그를 통하여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필자도 자치위원으로 위촉되어 자치위원회를 통해 분쟁조정을 한 경험을 갖고 있는데 그와 같은 사후대처는 시각차이로 인해 피해자측과 가해자측 모두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한다.
외국에서는 학교폭력을 실질적으로 예방하고 신속한 대처를 위해 교내에 현직 경찰관을 배치하는 ‘스쿨폴리스’ 제도를 운영하는 예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전국 100여 개 학교에서 전직 교사와 경찰 등으로 구성된 ‘배움터지킴이’ 제도가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는데 현장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물론 스쿨폴리스 제도는 교권을 침해하고 학교폭력을 더욱 음지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학교폭력을 특수성을 무시한 채 무조건 사회에서의 폭력과 마찬가지로 대처하게 되면 가해학생들에 대한 선도가 요원해질 수 있다. 주어진 권한의 범위도 모호하여 옥상옥이라는 비판도 가해진다.
그 재원조달도 문제다.
그러나 음지에 숨어 울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학교폭력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고, 스쿨폴리스 제도는 학교폭력의 ‘예방’을 통하여 근절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차제에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교육청이 상호 공조하여 자치단체는 재정지원의 틀을 만들고 경찰은 전문 인력을 조달하는 체계를 만들며 교육청은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교폭력을 근절할 것을 제안한다. 그래야만 학력신장과 인성교육이라는 학교교육의 두 축이 달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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