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화 차장 |
마침내 국왕이 학교를 떠날 때 교장이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폐하. 저의 불경을 용서하십시오. 그렇지만 만일 학생들이 이 학교 안에서 저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저는 결코 학생들을 지도할 수 없을 것입니다.”
동서를 막론하고 스승은 존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2006년 5월은 ‘스승’의 의미를 무색케 하고 있다. 전국 70% 이상의 학교가 스승의 날 교문을 닫았고 초등학교 교사가 항의하는 학부모 앞에서 무릎꿇고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3교실에선 종례를 하던 여교사가 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협박·폭언·폭력행위가 있는 경우 교사, 학교장이 즉각 경찰에 고발하도록 지시하고 나서기도 했다.
교육현장의 문제가 경찰서로까지 가게 될 수도 있는 상황, ‘무릎 꿇은 교권’의 가장 큰 원인은 교원과 학부모, 학생, 교육주체 간의 신뢰 상실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학부모의 폭언과 폭행 등으로 인한 교사들의 피해사례는 52건, 전년도의 40건에 비해 30%가 늘어났으며, 교원의 촌지 수수와 성추행, 성적 조작 같은 비리도 해마다 수십 건에 이른다는 보도가 교육현실의 단면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지금도 일선 현장에서는 묵묵히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많은 스승들이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 사례라고 하더라도, 이같이 어두운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학생은 있어도 제자가 없고,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희망의 사다리’라고 한다. 그 사다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굳건히 붙잡아주는 것이 교사와 학부모의 몫이라면 서로간의 신뢰, 특히 교사에 대한 믿음은 중요하다. 교권이 없다면 그 어떤 교육도 이루어질 수 없다. 교사에 대한 믿음 회복이야말로 ‘교권’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제일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성공 단십백, 존경할만한 한 명의 스승과 열 명의 친구, 백 권의 책을 갖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성공한 사람이라고 한다. 진정 성공한 인생이 많아지기 위해서라도, 신뢰회복을 위한 교육개혁은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할 화두가 아닐는지…
스승의 날 인사 한번 제대로 드리지 못한 못난 제자의 ‘5월 단상(斷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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