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무하는 지역개발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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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무하는 지역개발 공약

<시론>

  • 승인 2006-05-25 00:00
  • 유병우 한국건축가협회대전지회장유병우 한국건축가협회대전지회장
중앙정치의 고질병인 지역감정과 우발적인 정치폭력으로 오염되어 지방선거가 점점 변질되는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다는 선거가 대규모 언론 매개체의 영향으로 억지 흑백논리에 휩싸여, 후보의 인물검증도 없이 선택되어지는 무서운 음모가 유권자의 마음에 스며들고 있다.

역사상 가장 많은 후보와 두툼한 선거홍보물과 무작위 전화공세, 현란한 현수막으로 들뜬 치열한 경쟁의 선거에서 후보자 상호비방으로의 열기만 후끈 달아올랐지만, 대다수 유권자들의 반응은 아직도 냉담하다. 사상 최저의 선거 참여율이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걸출한 후보자들은 연이어 스캔들을 만들고 있지만,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비아냥거리 로맨스일 뿐이다.

민주주의의 시발지인 그리스시대부터 지금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것은 ‘고무신’과 길 닦고 다리 놓겠다는 개발을 빙자한 선심성 공약의 남발이다. 그러다 보니 경제 살리기에다 무차별 지역개발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떡밥이고, 미끼로 등장하였다. 거기다 이번 지방선거가 지역패권주의를 대변하는 선거로 오염되었다. 수 차례 토론회에서는 뻔뻔한 인신공격으로 안면몰수, 상호비방의 극치로 이루더니, 정책대결로 시비를 가려야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개발논리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이번 선거의 이슈는 행복도시도 경제발전도 아니다. 후보자 선택의 공식이 3차방정식보다도 복잡하게 얽혀져 있어, 출퇴근길의 골목마다 총천연색의 현수막에 집단체조하면서 삿대질하는 무리들의 유희가 이제는 우리눈에 어색하지도 않다. 유권자가 그렇듯 값싼 유혹에 넘어갈 양 싶지만, 미동도 없이 그냥 바라 볼 뿐-현명한 유권자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에 따라 결정하고 만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하려 시작한 지방자치 10년을 정산한다지만, 개발공약으로 우리 주변을 모두 파헤쳐 버릴 듯 하지만, 누구 하나 믿지 않는다. 매번 선거를 치루고 나면 고요만이 흐르고, 함성을 지르던 그들은 빈 돛단배 타고 멀리 노 저어 떠나갔다. 목청을 높여 부르짖던 공약의 실상은 표심을 이기지 못하고, 상대 후보의 잘못을 천재적으로 기억하여 들춰낸 후 조미료를 가미하여 살포하면서 ‘너 죽어야 나 산다’는 식의 게임에 의한 전술만이 난무한다.

훌륭한 일꾼을 자청하는 사람들의 언행에는 삼강오륜이 오간 데 없고, 손자병법만이 난무하여 입싸움으로 일관하는 대결은 이제 퇴장하여야 한다. 그러다가 선거가 끝나고 당선된 사람은 특감을 받아야 하고, 낙선한 후보는 우주여행이라도 떠나야 할 것 같다.

듣기에도 민망하고, 보기도 황당한 허황된 공약에 대하여는 유권자 스스로의 철저한 사후점검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각 정당에서 내세운 정책의 79%가 개발사업이다. 이는 중앙정부가 감당하지도 못하는 과도한 개발투기이고, 만약 실천이 그대로 된다면 환경파괴의 주역이기도 하다. 땅 투기로 돈 부자 만들어 줄 막개발 논리를 추정해보면 우선 느낄 수 있는 것은 모든 행정이 전산화되고 대형화되어 지금의 시스템에선 허약한 지방경제와 실업해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패거리 정치에 지친 유권자에게 진정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그들 모두에게 작은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거창하고 막연한 구호가 아니고 우리집 안방에 가득한 행복과 동네 어린이와 노인들의 얼굴에 감도는 해맑은 미소 일 뿐이다.

유권자들이 요량껏 살피어 앞으로 며칠 후에 치러질 ‘축제마당’에는 김치와 수저 없는 소문난 잔치로 먹을 것 없다지만, 우리가 살다 물려져야 할 동네의 일꾼을 뽑는 잔치이니까 함께 참여하여, 우리 마음에 드는 튼실하고 투박한 그릇을 골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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