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해결점으로서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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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해결점으로서의 가정

<종교칼럼>

  • 승인 2006-05-24 00:00
  • 황승기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황승기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
최근 ‘양극화’라는 말이 경제적 현상만이 아닌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양극화란 시장경제 체제에서 소득의 불균형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데, 오늘날 이 말이 소득과 경제의 분야에서 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문제에 있어서도 많이 거론되고 있다.

얼마 전에 방한한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도 한 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한국의 급성장은 놀랍지만, 합의문화가 부족한 것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사회 내부에서 소모되고 있는 갈등의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립과 반목, 불신과 원망은 사회의 결속을 급격히 약화시키고, 생산적인 힘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조직에 있어서는 인화(人和)를 강조했고, 가정에 있어서는 화목을 중요시 했다. 그러한 영향으로 오늘날도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어렵지 않게 이해되는데도, 우리 사회는 왜 이해와 양보보다는 대립의 극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인가? 이념의 붕괴와 훈련의 부재(不在)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으로 대가족제도 하에서 가족 성원간의 갈등과 대립이 생기면, 가장(家長)을 통한 조정과 화해를 모색하고, ‘가정의 화목과 인화’를 위하여 양보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공동의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고, 실천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가정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사랑과 정으로 결속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가정은 이 기능을 제대로 감당하고 있지 못하다. 왜냐하면, 먼저는 가정의 중요성을 소홀히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의 화목을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이것을 위하여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였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 가정은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희생될 수 있는 ‘잠정적인 기관’이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깨고 재구성 할 수 있는 것이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결혼식장에서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었지만, 오늘날은 “이혼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말이 현실적이다. 가정의 가치가 소홀히 여겨지고 있다. 또한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가정과 같은 공동의 가치와 이념이 약화되고 있다. 그러므로 개인주의와 집단이기주의에 따른 많은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둘째는 이해와 양보의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가정에서는 과거처럼, 갈등을 조정해 줄 연장자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작은 인원의 가족이다. 형제가 없는 시대다. 수직적인 부모와의 관계는 존재하지만, 수평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형제와의 관계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려서부터 수평적 관계에서의 갈등해결 능력이 훈련되지 않는 것이다. 이 보다 더 심각한 것은 부부의 문제다. 부부는 부모 자식처럼 수직적 관계도 아니고, 혈연으로 맺은 관계도 아니다. 그래서 부부간의 갈등과 문제는 더욱 이해와 양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오늘날 부부의 문제와 갈등은 이해와 양보보다는, 극한 행동으로 치닫게 된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사회적인 극한 대립과 갈등의 문제는 가정의 경시(輕視)와 이로 인한 훈련의 부재 가운데 나타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정은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잠정적인 기관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세우신 기관이다. 가정을 통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사람은 성장하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자랄 수 있는 것이다. 가정이 제 기능을 할 때, 사회도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 지난 21일은 부부의 날이었다. 하나님 말씀대로 남자와 여자, 둘이 합하여 하나가 된 것이 부부이기에 가정의 소중성과 부부의 하나 됨을 위하여 기념일을 정하였다고 한다. 부부의 연합은 단순히 육체적인 연합이 아니라 정서적, 영적 연합이며, 성경은 부부를 “생명의 유업을 함께 받을 자”(베드로전서 3장 7절)라고까지 정의한다.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가정에서 가족의 말과 의견에 먼저 귀를 기울이고, 원만한 합의를 이루는 훈련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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