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4월말 데니스 해스워트 하원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고이즈미 일본총리가 의회연설 몇 주 뒤인 8월15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하면 고이즈미 일본총리가 미 의회에서 연설한 뒤 진주만 공겨을 감행한 A급 전범이 합사(合祀)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하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일본의 진주만 기습 직후 연설한 장소인 미국의회의 체면이 손상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8월15일을 전후로 이어지는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이제는 아시아의 문제가 아닌 세계의 문제로 대두된 것에 대해 일본 전체가 당황하고 있다. 한국, 중국만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불만이 있다며 이는 내정간섭이라고 까지 한 일본정부는 이제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일본 전역에는 8만개 정도의 신사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야스쿠니 신사인가? 메이지유신 직후인 1869년 건립된 이곳에는 전몰자 246만 명의 위패가 안치되어 있다는 점이 타 신사 와 다르다. 세계 어느 국가도 자기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2차 대전 당시 진주만 공격을 감행한 도조 히데키를 비롯한 A급 전범 14명 등이 전몰자와 함께 위패가 안치돼 있다는 점이다. 일본 보수 우파 세력은 침략전쟁을 일으킨 A급 전범은 연합국에서 일방적으로 규정한 것일 뿐 일본의 국내법상으로는 범죄자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군국주의 부활을 우려하는 한국과 중국 등 인접국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참배를 고집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까지 야스쿠니 신사참배 반대를 들고 나와 신사참배 문제는 자칫하면 세계적인 문제로 흐른다는 인식이 있어 일본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일본 경제단체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자제를 요구한 데 이어, 자민당의 강력한 후원단체인 일본유족회의 고가 마코토(전 자민당 간사장) 회장이 자민당 총재 선거에 맞춰 준비중인 정책 제언에서 A급 전범을 분사하는 방안을 제시키로 했다고 한다. 고이즈미 일본총리는 그동안 우익 세력 결집 등 정략적 차원에서 신사참배를 강행해 왔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관점에서 이를 해결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쟁피해자인 이웃국가들을 이해하는 심정으로 풀어야 한다. 이웃에게 피해를 주고도 당사자가 미안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정당화하려는 데서 일본은 독일이 될 수 없고 경제대국은 될지 몰라도 정치 대국으로는 인식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길 바란다.
정당한 과거의 사과 아래 미래지향으로 발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일 FTA, 중일 FTA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이러한 정치적 문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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