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미술품이 곧 투자대상이 되는 셈이다. 미술품에 투자하는 것이 진정으로 미적 가치관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995년은 ‘미술의 해’로 미술문화계 뿐만 아니라 일반국민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관이 개설되어 우리 미술시장이 세계화시대에 진입하고 이에 부응하기도 하였으나 90년 중반이후, 특히 외환위기가 시작되면서 미술시장에서 찬바람이 체감될 정도로 침체되었고, 그런 현상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점점 확산되어 회생불능의 지경에 이르고 있다.
2005년에 국내에서 ‘전업작가’로 등록되어 활동하고 있는 작가가 1500여명에 이른다. 이들 중 96%가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창작수입에만 의존하면서 활동하고 있다는 ‘전업미술 실태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미술시장의 열악한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대다수 시민들의 미술에 대한 무관심 요인이외에도 세계경제의 불황과 맥을 같이하는 국내경기의 침체와 그에 따른 정부의 미술에 대한 소극적 지원으로 의식과 실력을 갖춘 작가들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열악한 환경 등이 주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미술문화에 대해서는 경제적 논리로 그 득과 실을 견주는 식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인다는 복지문화정책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미술품 경매제도를 양성화하고, 미술인의 육성이 우선 고려되어야 할 과제로 생각된다. 미술인의 육성을 위한 방안으로서는 국가와 기업, 화랑 등을 중심으로 전문적인 사람이 작가를 발굴, 후원하는 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미술품 유통과 관련하여 마련된 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수재원을 미술전문가들이 자신의 소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데 활용하면 우리 국민들의 문화소양 제고와 미술문화발전, 그리고 우리 미술문화의 세계화에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세계 주요 미술시장에서는 미술품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세계미술시장이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위축에 따라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는 뭉칫돈이 미술시장에 모여들어 ‘아트펀드’가 조성되고 있고, 세계 대형미술관들이 각 국에 분관을 세우며 ‘미술문화의 세계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우리나라 미술시장에도 전이되어 투기가 아닌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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