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장 선거 관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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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장 선거 관전법

  • 승인 2006-05-19 00:00
  • 김대중 편집부장김대중 편집부장
▲  김대중 편집부장
▲ 김대중 편집부장
선거기류가 탁(濁)하다. 거리 곳곳에 내걸린 선거 현수막의 글귀 만큼 혼란스럽다.
막말이 오가고, ‘네가 한 모든 일을 알고 있다’는 식의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다.이런 양상은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심해질 것이다. 선거일인 5월 31일을 ‘아름다운 날(Beautiful day)’로 정한 중앙선관위의 정책선거 캠페인이 무색하다.

그 중 ‘백미’는 대전시장 선거전이다. 후보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가 다른 지역 상황은 과열 분위기로 몰아가는 한 요인이다.
현직 시장인 염홍철 후보를 상대로 한 여타 후보들의 날세운 도전은 한 번 해볼만한 선거라는 판단에서다. 전력을 검증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나 관권선거 의혹 제기 등이 그 사례다.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는 염 후보의 ‘을지의대 수뢰사건’을 다시 꺼냈다. 대전시청에서 여러 해 한솥밭을 먹었던 박 후보의 도전은 염 후보를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주먹다짐 전까지 갔던 ‘한밭운동장 사건’의 배경이다.
‘을지의대 수뢰사건’은 4년전 지방선거에서 현직 시장이었던 홍선기 후보측이 염 후보를 상대로 한 주된 공격 재료였다. 당시 염 후보는 “소각로 건설 비리의 몸통을 공개하라”고 역공을 취한 것으로 기억된다.

40년 우정을 담보로 한 강창희 한나라당 대전시선대위원장의 공세는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할 것이다. “야반도주하듯 당을 떠났다”는 강 위원장의 공세에 대해 염 후보도 할 말은 많아 보인다. 염 후보의 머릿속에는 선거철이면 명분도 없이 권력을 좇아 당적을 이동한 무수한 정치인들이 떠오를 것이다.

‘40년 지기’인 강 위원장 역시 당적 변경 문제에 관해선 자유롭지 못하지 않느냐는 말을 하고 싶을지 모른다. 선거를 치르며 ‘창업보다 수성이 힘들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 입장에서는 염 후보에 대해 어떤 공격 카드를 꺼내는 것 자체가 어렵다. 수년 간 상관으로 보필하며 시정(市政)을 함께 했던 염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자기모순이요, 자가당착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후보가 선택할수 있는 수는 제한적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여론전’으로 보인다. 여론전은 상대의 약점 등 개인적인 면에 한정해야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박 후보가 다시 도마위에 올린 ‘을지의대 수뢰사건’이 그렇고, 강 위원장의 ‘40년 지기론’이 그렇다.

여론이 갖는 명백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여론의 게임이다.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염 후보가 주된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공격 소재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염 후보의 재선 도전은 지난 4년간의 대전시정에 대한 평가의 의미를 담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해명하고, 부당한 공세에 대해선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된다. 그런 시간은 염 후보에게 충분히 주어져 있다.

다산 정약용은 정치의 본래 의미를 다룬 ‘원정(原政)’이라는 짧막한 논문에서 ‘정치란 바르게 함이자, 백성들이 고르게 살도록 해주는 일(政也者 正也 均吾民也)’이라고 했다. 정치의 요체는 말이 아닌 실행이라는 의미다.

선거철이면 유권자는 말의 홍수에 파묻힌다. 어떤 때는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지 조차 판단하기 힘들다.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 역시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

구속력이 없는 공약은 당선되면 흐지부지되거나 슬그머니 폐기되는 것이 그동안 지방선거의 전례였다. 지방자치의 주인은 지역민이다. 이번 선거는 염홍철 후보가 그동안 대전시민의 ‘머슴 노릇’을 잘해왔는지,나머지 5명의 후보 중 누가 ‘머슴역’에 어울릴지 가리는 자리다. 정치를 바로세우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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