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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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 승인 2006-05-18 00:00
  • 장종현 백석대학교 총장장종현 백석대학교 총장
조나단 에드워즈는 미국의 초기 청교도 역사 속에서 가장 위대한 철학자요 신학자로서 미국 정신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그는 신앙심이 깊은 여인과 결혼하여 신혼 초기부터 철저하게 기독교적 원리에 입각해서 자녀를 양육하였다. 같은 때에 뉴잉글랜드에서 그와 같이 자란 동네 친구였던 맥스 쥬크는 방탕한 여인과 결혼하였고 나중에 자신도 타락하였다.

그들의 후손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에드워즈는 모두 617명의 후손을 두었는데, 이 중 대학의 총장을 지냈던 사람이 12명, 교수가 75명, 의사가 60명, 성직자가 100명, 군대 장교가 75명, 저술가가 80명, 변호사가 100명, 판사가 30명, 공무원이 80명, 하원의원이 3명, 상원의원이 1명, 미국 부통령이 1명이었다.

맥스 쥬크는 1292명의 후손을 두었는데 유아로 사망한 사람이 309명, 직업적인 거지가 310명, 장애인이 440명, 매춘부가 50명, 도둑이60명, 살인자가 70명이었다.
극단적인 예일지 모르나 가정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통계자료다. 가족은 최초의 인간 관계를 맺는 공동체라는 점에서 이 세상 어느 관계와도 대치될 수 없다.

심리학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1∼2세의 시기는 엄마의 보살핌이 결정적인 시기로서, 울면 젖을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반복적인 일을 통하여 어린아이의 ‘기본적 신뢰’(basic trust)가 형성된다. 이것에 만족을 못 느끼는 아이는 세상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고, 성취동기가 없어진다.

대소변을 가리는 3세 때 변보기 훈련을 너무 엄격하게 시키면 결벽증이 생기고, 일관성 없이 시키면 나서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모르게 된다. 가정을 통하여 성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때로 우리의 주변에서 한 사람의 범죄가 대를 이어 후손에게 전해지는 경우를 본다. 노름을 하는 사람의 자녀들이 노름으로 망하고, 이혼한 부모를 둔 가정의 자녀가 이혼하는 비율이 높다. 심지어 자살자가 많은 집안도 있다.

가정을 통하여 자녀들이 가장 중요한 것들을 물려받는데, 우리는 무엇을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까? 돈을 유산으로 물려줄 것인가? 이것처럼 어리석은 것이 없다. 자기 힘으로 모은 것이 아닌 돈은 사람을 망친다. 돈의 힘을 믿고 교만해 지거나, 돈에 의존적이게 된다. 돈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돈의 노예가 되고 만다. 사업체를 물려주면 좋겠는가?

요즈음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H그룹의 가정처럼 되고 싶은가? 왕자의 난(亂), 시숙의 난에 이어 시동생의 난까지 겪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이처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가정에는 재물이 있어야 하지만, 돈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가문의 정신을 물려주어야 한다. 정신은 영속적으로 우리 자녀의 인격을 형성시켜 주는 것이고, 재물을 가져야 할 목적을 알려주는 것이다. 특히 고난을 당하거나 인생의 갈림길에서 방황할 때, 부모가 남긴 교훈은 크게 도움이 된다.

필자의 경우도 어릴 적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인생의 중요한 고비에서 나를 붙들어 주는 닻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 어머니는 시골에서 농사짓던 분이었지만 우리의 정신에 귀중한 교훈을 많이 남기셨다.

즐겨하시던 말씀, “개도 안 먹는 돈 때문에 형제끼리 다투지 말라,” “장마 뒤 흙탕물은 속이 보이지 않지만 비가 그치고 깨끗한 물이 내려오면 속에 있는 것이 다 드러난다” (잠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거짓을 말하지 말라)는 말씀을 명심하고 지금껏 살아왔다.
어찌하다 보니 벌써 내가 우리 자식들에게 우리 가문의 정신을 전해 주어야 할 때가 되었는데 나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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