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라고 해서 정말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일은 아닐지라도 모든 부모의 마음이 자식을 사랑하듯이 선생님들도 자기 반 학생들을 부모마음 만큼은 아닐지라도 남보다는 더 아끼고 사랑하기에 정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거의 학교에서 보내고 있고 수업 시간이면 자주 얼굴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나는 학생들의 편지를 받으면 읽은 후 학생주소를 가위로 오려 학생편지에 붙이고 그 편지를 파일 철에 보관한다. 그리고 꼭 답장을 한다. 다음에 편지가 오면 전에 온 편지를 읽어가면서 답장을 쓴다. 여러 학생과 편지를 주고받기에 가끔 보관해온 학생편지를 읽어 학생에 대한 모습을 다시 떠올릴 수가 있다. 방학중에 학생에게 전화하면 학생이 어느 학원을 다니고 서울 이모네를 가고 누나는 어느 회사를 다니고 강아지를 키우는 등 대화한 내용을 아주 간단히 메모하여 편지 철에 보관한다. 그리고 다음 편지나 전화할 때 그 내용을 소재로 말하기도 한다.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가면 가능한 사진을 촬영하여 사진 뒷면에 일시 장소를 적고 학생들이 사진에 나온 순서대로 이름을 적어 사진첩에 보관한다.
5월 꽃이 피거나 가을 단풍이 든 교정, 봄가을 소풍, 여행, 체육대회, 축제의 날 등 가능한 자주 촬영을 하고 각각의 학생들에게 사진을 주면서 잘 보관하여 후일 추억의 여행이 되기를 빈다. 나의 파일 속에는 내가 담임이 아니 어도 교과 관계로 가르쳤던 반 명렬표, 반 사진, 그밖에 상급학교로 진학한 학교명 등을 적어둔다. 편지 외에 크리스마스카드, 연하장 등도 편지 사진과 함께 보관한다.
졸업 후 고등학교, 직장, 대학, 군대를 가도 편지를 주고받는 관계는 지속된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도 부모가 없거나 가엾었던 학생은 생각이 더 난다. 파일 철 속에 옛 주소를 보고 부모님과 연락을 하여 다시 편지 연락을 하기도 한다. 세월은 흘러가도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지금쯤 20여 년 전, 30여 년 전 촬영한 사진을 보면서 제자들은 서로가 ‘이 친구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서로 궁금해하고 만나고 싶어하고 또 잊혀질 이름도 사진을 통해 기억하며 추억의 여행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내 마음도 기쁘다.
모든 부모들이 대가 없는 무한한 사랑을 자식에게 주듯이 선생님들도 제자들이 이 세상에 별고 없이 누구보다도 잘 살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라 생각해 본다. 오늘도 많은 선생님들은 제자들을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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