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통해 본 성모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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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통해 본 성모 마리아

<종교칼럼>

  • 승인 2006-05-17 00:00
  • 이계창 도룡동 성당 주임신부이계창 도룡동 성당 주임신부
5월은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로 이어지는 행사의 달인 듯 하다. 가톨릭에서는 거의 300년 전부터 5월을 성모 성월(聖母 聖月)로 지내면서 성모님을 공경하고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기도와 은총의 삶을 살아가도록 권유하고 있다.

신구약 성경을 살펴보면, 하느님께서는 어느 누구에게 큰 일을 맡기시고자 할 때에는 꼭 거기에 필요한 은혜를 함께 주신다.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당신의 백성을 이끌어 내도록 택하신 모세에게 그러했고, 메시아의 선구자인 세례자 요한에게는 태중에서부터 은총을 충만히 받도록 하셨으며, 교회를 박해하던 바오로에게 특별한 방법으로 비추어 주시어 이방인의 사도로 간택하셨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선택하시어 성자로 하여금 인간성을 취해 성모의 태중에 임신되도록 안배하시어, 당신의 구원사업의 협조자로 택하셨다.

복된 여인이란 칭호는 구약성경에서 두 여인, 즉 야엘과 유딧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야엘은 시스라를 죽인 후 “카인족 헤베르의 아내 야엘은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어라”(판관기 5,24-27)하는 말을 들었고, 유딧은 아씨리아 총사령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잘라버린 후 “딸이여, 그대는 이 세상 모든 여인 가운데에서,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가장 큰 복을 받은 이요”(유딧 13,18)하는 찬사를 들었던 것이다.
신약성경에서 복된 여인이란 칭호는 성모 마리아께만 나온다.

그렇다면 왜 마리아를 ‘복되신 어머니’로 칭송하는가? 마리아는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여인 중에 하느님의 은총을 가장 많이 받으신 분이시다(루카 1,28-30 참조). 마리아가 복된 이유는 그의 믿음 때문이다. 인간의 상식과 통념으로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가브리엘 대천사의 수태고지(受胎告知)에 대하여 믿음으로 승복하고 동의하신 결단이야말로 축복받을 믿음의 행위인 것이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이같은 마리아의 응답으로 말미암아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시는」(요한 1,14) 구세주 강생의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엘리사벳은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2-45)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마리아가 말하였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 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8-49)라고 한 마리아 자신의 노래와, 가브리엘 대천사와 엘리사벳의 하례인사에서와 같이, 마리아는 은총이 가득하신 분이며 주님께서 늘 함께 하시는 분이시다.

카나촌의 혼인잔치(요한 2,1-11)는 참으로 감동적이다. 여기서 마리아는 공생활(公生活)을 시작하시는 예수의 어머니로 나타나신다. 마리아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아적 권능을 드러내는 첫 번째 기적에 의미 깊은 방법으로 참여하신다. 예수님은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 2,4)하면서도, 어머니의 간청에 변수위주(變水爲酒)의 기적을 보여 주셨다. 카나촌에서 마리아는 예수를 전적으로 믿는 분으로 나타나신다.

예수님은 믿음이 없는 곳에서는 기적을 행하지 않으셨다. 이러한 마리아의 믿음이 예수의 첫 기적을 불러일으켰으며, 제자들의 믿음이 타오르도록 도와준 것이다. 카나촌의 이 기적은 마리아의 모성의 새로운 차원, 즉 인간적인 어려움을 도와주는 성모 마리아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잘 설명해 준다.

한 마디로 마리아의 모성과 위상(位相)은 구세주이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더욱 빛나고 영광스러우며 복되신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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