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중소 수출기업들로 부터 많이 받는 질문은 이 연극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지난 주 환리스크와 관련하여 천안에 있는 어느 중소 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에게 던져진 CEO의 질문은 지금 이 시대의 ‘고도’를 기다리는 우리 중소 수출기업들의 고민을 보는 듯 했다.
그는 환리스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지닌 경영자였다. 환율 반등시 환변동보험을 이용할 의사를 표명하며 그 가능성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물었다. 환율전망은 신도 모르는 사항이므로 나는 구체적인 답변은 뒤로 하고 우스갯소리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언급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우리 중소기업들의 현재 모습이 마치 황량한 상황에서 어쩌면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면서도 그 희망을 놓지 않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1011.6원이었던 환율은 일시적인 반등은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지난 주말 932.70원으로 7.8%급락하였다. 이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들이 환율하락 추세 속에서 반등시점을 기다리다가 시기를 놓치고 이로 인해 더 큰 환차손을 보는 안타까운 현실이 나타나고 있다. 전년도에 비해 금액기준으로 45%, 업체수 기준으로 24% 감소한 우리지역 환변동보험 청약 수치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주요 외국투자기관들 대부분이 환율의 큰 반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등 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일부 기관에서는 올 4/4분기 환율이 85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곳도 있다.
환율급락이 채산성 악화로 이어져 수출을 포기하는 기업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수출환경이 어렵다 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놓지 말아야 할 것은 수출이라는 희망의 끈인 것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중소기업의 약 70%는 환리스크에 대하여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한다.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의 CEO는 환리스크 관리에 소극적인 듯하다. 이는 책임회피 내지 직무유기와 다를 바 없다. 어느 분의 지적처럼 환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벌거숭이 임금님’처럼 이를 모르고 있는 CEO가 있음은 안쓰러운 일이다.
어느 중소기업의 환관리 십계명중 “환리스크를 관리하지 않는 것 자체가 환투기”라는 경구는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다. ‘환율전망’은 현재 여건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한계가 있지만 ‘환리스크 관리’는 관리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관리가 가능한 부분이므로 영업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적정한 환리스크관리가 더욱 요구된다 하겠다.
이를 위해 환리스크관리에 대한 CEO의 관심은 절대적이다. 이제 각 기업실정에 적합한 관리방법을 찾고 환율에 의존하지 않고 비가격경쟁력의 강화를 통해 기업체질를 건강하게 단련하는 것만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생존방식이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허무적이고 비극적인 인식에 그 기초를 두지만 거기서 의미를 찾고 희망을 꿈꾸는 실존주의적 작품이다. 패배주의적 ‘고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희망이라는 또 다른 의미의 ‘고도’를 찾아 길을 떠나자. 베케트는 2006년 오늘, 대한민국 하늘에서 탄생 100주년을 자축하며 진정한 ‘고도’의 의미를 발견하려는 우리에게 미소를 짓지 않을까. 오늘 그 분을 만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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