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뮤지컬. 포르노 낯선 공존
오늘 대전 아트시네마서 개봉
‘흔들리는 구름’은 대만영화
가뭄이 오래 돼 온 국민이 수박주스를 물처럼 마시며 살고 있는 타이베이의 어느 날. 여자(천상치)는 공터에서 잠을 자고 있는 남자(이강생)를 만난다. 둘의 애정은 그렇게 시작된다. 남자의 직업은 포르노 배우. 여자는 남자와 사랑을 나누고 싶어하지만 남자는 그녀를 안아주지 않는다.
영화는 외설적인 상황과 등장인물들이 갈증에 허덕이는 상황을 교대로 묘사하면서 절망적인 고독에 이른 도시인들의 병을 묘사한다. 섹스는 외로움을 확인하는 육체의 헛된 구애에 불과하고,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불통의 극한을 표현하는 간접적 수단일 뿐이다.
대사도 없다. 두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라고는 여자가 남자에게 던지는 한마디뿐이다. 공백을 메워주는 건 뮤지컬이다. 차이밍량은 전작 ‘구멍’에서 보여줬듯 이번에도 뮤지컬을 위안의 공간으로 제공한다. 주인공들은 뮤지컬이라는 환상의 양식 안에서만큼은 침묵을 깨고 춤추고 노래한다.
차이밍량 영화의 주제는 대개 고독과 외로움 혹은 단절과 소멸, 그 사이에 놓인 아슬아슬한 소통의 징후, 그 말들이 상기시키는 ‘불통’의 그림자로 소개된다. ‘흔들리는 구름’은 보다 강하고 충동적인 에로티시즘을 끌어들였지만 주제는 더 강화된 느낌이다. 화려한 뮤지컬 시퀀스조차 절망과 고독의 느낌을 심화시키는 아이러니로 오히려 가슴을 저리게 한다.
선정성 논란으로 제한상영등급을 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홍보용 스틸사진마저 심의에 반려되기도 했다. 섹스장면들은 선정성 논란을 일으킬만하지만 입을 다문 주인공들의 뮤지컬 판타지, 그리고 놀라운 결말은 선정성 이상의 충격을 준다. 18세 이상가. 대전아트시네마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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