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담빛 씨 |
응원단장님 눈치에 점심식사는 조금
1시간 가량 안무 맹훈련
경기시작과 함께 화장 고치고 무대위
관중 호응에 저절로 매력 발산
공수 교대시간 틈틈이 안무·의상 교체
야식은 봉고차서… 집에 오면 새벽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치어리더 김담빛, 한윤미, 박정혜, 이미경양. 홈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한화 치어리더의 간판이다.
벌써 이 생활을 시작한 지 5~6년째. 학창시절부터 “피곤에 지쳐있다가도 음악만 들리면 두 눈이 반짝거리는 게 어떤‘끼’같은 것이 느껴졌다”는 이들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 앞에 서는 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한다.
치어리더를 “운동선수와 같이 힘들다”고 표현하는 이들의 하루 일과를 따라잡았다.
▲오전 10시= ‘하루의 시작이다.’
전날 홈경기가 없어 늦게까지 연습을 펼친 터라 팔다리가 뻐근하다. 한화가 정규리그 1위로 올라서는 바람에 훈련 량도 두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팀 성적이 좋다면 모든 게 OK다. 아침 식사는 우유로 간단히 하고 집(서울)에서 사무실까지, 사무실에서 대전야구장으로 봉고차를 타고 이동해야한다. 두 시간 남짓 걸리는 이동시간에 십자수를 하는 것도 유일한 낙이다.
▲오전 11시= ‘차안에서의 즐거움.’
오늘도 역시 성대모사가 특기이자 장기인 동료 박정혜양의 코믹 모사에 봉고차 안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차안에서 동료들과 주고받는 수다는 하루의 큰 재미. 전날 쌓인 피로와 부기는 웃음으로 뺀다. 바로 이것이 생활의 지혜.
▲낮 12시30분= ‘청주야구장에 도착.’
식당에서 먹는 밥맛은 꿀맛이다. 밥을 다 먹고 나서 뜨끈한 물을 부어 먹는 숭늉의 맛이란…. 두 공기도 거뜬히 먹을 수 있지만 응원단장의 눈길이 심상치 않다.
안무선생이 따로 있긴 하지만 최근 멤버가 바뀐 탓에 연습량을 맞추려면 ‘식사는 조금만’ 하라는 김담빛 팀장과 홍창화 응원단장의 당부가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후 잠시 동안 낮잠에 빠져본다. 고된 연습을 준비하기 위해서 ~.
▲오후 3시 30분= ‘연습은 정말 힘들어.’
하루일과 중 가장 힘든 시간이다. 대부분의 연습은 서울 사무실에서 하지만 이번 주는 한화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새로운 안무를 준비했다.
물론 홈경기가 없는 날이면 서울 사무실에서 매일같이 했던 연습인데도 잠시도 한눈 팔 시간이 없다. 한 동작이라도 틀리면 팀장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콧등에 땀방울이 맺힐 즈음 톡 쏘는 탄산수를 한 잔 들이키면 뱃속까지 퍼지는 음료의 기운이 좋다. 음료의 힘도 잠시. 날씨가 건조해 20분도 채 안 돼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에 점심에 먹었던 밥도 어느새 푹 꺼져버렸다. 응원도구를 잡은 손에 얼마나 힘을 줬는지 콧등과 이마엔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오후 4시30분= ‘화장하면 좀 더 예뻐 보일까?’
혹독한 시간을 보낸 후 얼굴에서 근심이 사라지는 시간이다. 만두레가 이뤄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화장 솜씨가 다들 전문가 뺨치는 수준. 마스카라, 눈썹 올리개, 립스틱 등을 서로 바꿔 쓰고 빌려가고 북새통. 하지만 유의사항이 있다.
입술과 눈 화장, 머리 색깔을 통일해야 한다.
하지만 마치 전문가 못지않은 화장 솜씨로 어느새 입술은 붉은색, 눈 화장은 시원한 바다색으로 통일됐다.
▲오후 6시30분= ‘무대에 오르는 시간.’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따라 수시로 작전지시를 내리고 선수들의 사기와 투지를 부추기는 치어리더의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는 시간이다. 때론 연예인처럼, 때론 운동선수처럼 굵은 땅방울과 거친 숨소리 등을 내며 ‘야생’의 매력까지 뿜어낸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런 매력 때문에 치어리더를 하는 것 같다.
경기직전과 공수교대시간 및 크리닝 타임, 작전타임까지 한경기에 여러 가지 종류의 안무가 준비된다. 의상도 틈틈이 두세 번 이상 갈아입어야 하고 경기 흐름도 놓쳐선 곤란하다. 중간 중간 땀으로 얼룩진 화장도 고쳐줘야 한다. 가장 바쁘지만 가장 행복한 시간.
관중들 호응이 좋고 팀이 이긴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새벽 1시= ‘귀가.’
야식은 차안에서 김밥으로 해결한다. 봉고차가 서울 사무실에서 내려주면 다시 택시를 갈아타고 집에 도착. 다음날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인근에 숙소를 잡고 아침에 곧바로 운동장으로 출근하지만 이번 주는 홈경기 일정이 끝났다.
집에 도착하면 영화 한 편 볼 시간도 내지 못할 만큼 짬이 없다.
짙은 화장을 지우고 오늘의 안무를 떠올리며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일일이 체크하다 보면 눈꺼플이 점점 무거워지기 때문.
프로야구가 시작되는 봄부터 한국시리즈가 끝나는 늦가을까지, 7개월간 한화 이글스의 응원을 맡는 이들 치어리더들의 하루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 박정혜 씨 |
▲ 이미경 씨 |
▲ 한윤미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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