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시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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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시린 날

<종교칼럼>

  • 승인 2006-05-10 00:00
  • 류기열 대전유성장로교회 담임목사류기열 대전유성장로교회 담임목사
세기의 정치가요 위인인 윈스턴 처칠이 인기절정일 때의 일이다.
한 신문사에서 ‘위인을 만든 스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처칠을 가르친 선생님들을 조사한 특집 기사였다. 이 기사를 직접 읽고 난 처칠은 메모 하나를 신문사에 보냈다.

“귀 신문사의 조사에 치하를 보냅니다. 그러나 나의 가장 중요한 스승 한 분을 빠뜨렸습니다. 그 분은 바로 나의 어머니입니다. 나의 나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신 분은 바로 어머니셨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나에게 지식을 주었으나 어머니는 나에게 사람됨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선생님들은 나름의 뜻이 있어 교육합니다만 어머니만은 진정 사랑으로 가르치신 최선의 교육자입니다.”

사려 깊은 자식이라면 누구라도 처칠의 말에 동의 할 것이다. 사람은 가정에서 태어난다. 가정에서 키워지고, 가정에서 배우고, 가정에서 성숙해진다. 가정에서 철이 들고, 인간이 된다. 가정에서 행복을 누린다.

어머니는 이 가정의 한 복판에 서 계신다. 이 어머니가 나로 여기에 있게 했다. 오늘 나는 나 홀로 있는 것이 아니다. 혼자 내가 된 것이 아니다. 어머니의 고생, 어머니의 눈물, 어머니의 아픔, 어머니의 희생, 어머니의 매서운 꾸지람과 매, 매일 새벽을 깨워 하나님께 드리는 어머니의 기도가 오늘 나를 나 되게 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건강하든 병약하든 상관없이 사랑해 주신 어머니의 사랑이 있기에 내가 여기 있다. 아니 집나간 자식이기에 더 사랑하고, 속 썩이기에 더 사랑하고, 병약하기에 더 사랑하는 것이 어머니의 사랑이다. 이 어머니의 사랑이 있기에 오늘 내가 여기에 있다.

소아마비 걸린 어린아이를 데리고 매일 같이 병원을 찾아가는 어머니가 있다.
하루는 그 집에 방문을 했더니 환하게 웃으며 이 아이가 조금씩 걷는다고 말을 했다. 함께 좋아하며 한번 걸어보라고 했더니 아이는 의족에 의지해서 한 걸음 내딛었다. 그러나 몇 발짝 못 가서 그만 푹 쓰러지고 말았다.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어머니는 이내 눈물을 왈칵 터뜨리고 말았다.

정신박약아를 둔 어느 어머니는 이런 말을 했다. “언젠 가라도 이 아이가 ‘어머니 감사합니다’라는 한마디 말만 들려준다면 죽어도 소원이 없겠습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말 한마디 못하는 자식을 일일이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그야말로 온갖 정성을 다하는 것이 어머니의 사랑이다. 이 어머니의 가없는 사랑이 나를 여기 있게 한다. 그래서 성경은 부모에게 순종을 명령한다. 공경을 명령한다. 효를 명령한다.

“자녀들아 너희 부모를 주 안에서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이 약속 있는 첫 계명이니 이는 네가 잘 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공경이란 높이 섬기는 것이다. 공경이란 높여 사랑하는 것이다. 이 성경 말씀 앞에 나는 할 말을 잃는다. 그지없이 귀한 사랑을 받고도 이를 배신하거나 미워한다면 용서받지 못 할 죄임을 잘 알기에 가슴이 시리다.

황금찬 시인의 ‘어머니’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이 시 마지막 부분에 이런 시구가 있다. “쇠고기 국에 이 밥 좀 먹어 봤으면 - 이것이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이었지요. 그러나 저는 어머니의 그 마지막 소원을 들어드리지 못한 불효자식입니다. 어머니.”

불효자식 이라는 글귀가 내 영혼과 양심을 자극한다. 콧잔등이 시큰하더니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만사를 제치고 어머니 가슴에 꽃 한 송이 달아드리며 내 시린 마음을 달래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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