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고향 지켜줄 장묘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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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고향 지켜줄 장묘문화

<기고>

  • 승인 2006-05-10 00:00
  •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지난 3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기본계획안’을 보았다.
배산임수(背山臨水)라는 전통적인 공간배치 틀을 깨고 금가락지 모양의 환상형(環狀形) 도시구조로 구상한 것이 이채롭다. 원수산과 장남평야를 한 가운데에 두고 그 주변을 빙 둘러서 도시를 만든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너무 새로운 것이어서 전통적인 공간 배치에 익숙한 필자에게는 마치 허를 찔린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국사봉~원수산~전월산으로 이어지는 산길과 미호천~금강으로 이어지는 물길을 녹지축과 하천축으로 삼아서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자연의 지형지세를 최대한 보존함과 동시에 활용한다는 전통사상과 일치한다. 이 점에서 전통과 미래가 어우러지는 신선함이 드러난다.

‘기본계획안’에 포함된 ‘장묘문화안’도 눈에 띈다. 매장을 금지하고 수목장, 납골평장 등 ‘새로운 장례법’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만 종중별로 상징성이 있는 시조묘 등에 대해 1개의 봉분을 허용한다는 안이다.
고향을 떠나야 할 이곳 주민들의 마음은 오죽 심란하고 서운하겠는가?
우리에게 고향이란 무엇일까?

민족시인 김소월은 ‘조상님 뼈 가서 묻힌 곳”이자 “송아지 동무들과 놀던 곳”이 고향이라 하였다. 이곳 주민들은 물리적 고향을 떠나야 함과 동시에, 조상의 묘를 옮김으로써 마음의 고향을 잃게 되는 셈이다. 이들 중 일부는 이곳을 벗어나 멀리 다른 지역에 선산을 마련하여 그곳에서 새로운 고향을 만들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또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직 뚜렷한 대책이 없는 듯하다.

중국 성리학의 대가(大家) 정자(程子)는 ‘조상의 무덤이 좋으면 그 신령(神靈)이 편안하고, 조상의 신령이 편안하면 그 후손이 편안하다’고 하였다.

‘건설기본계획안’에 나타난 묘역 후보지인 남면 고정2리는 국사봉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국사봉의 남쪽 기슭에 조선조의 충신 김종서 장군 무덤이 있는데 명당으로 소문난 곳이다. 고정2리 후보지는 국사봉에서 동쪽으로 흘러간 지기(地氣)가 맺힌 곳이다. 작은 산봉우리들이 동글동글 서로를 기대면서 작은 분지를 만들고 있다. 조용하면서도 편안한 땅으로 죽은 자를 위한 공간으로 제격이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편안함을 느낄 땅이다.

‘사람이 죽으면 혼(魂)은 날아가고 백(魄)은 흩어진다(혼비백산: 魂飛魄散)’는 것이 우리 전통적인 생사관(生死觀)이다. 무덤이란 조상의 혼백을 위한 공간이다.

납골당, 매장 혹은 수목장 그 어떤 것이든 ‘죽은 자의 집’을 만들어 혼백을 편안하게 모시는 것이지, 시신 혹은 뼈를 모시는 것이 핵심은 아니다. 그러나 각 개인 혹은 집안의 종교나 세계관에 따라 주검의 처리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곳을 답사하면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화장이 시대의 대세이다’라고 하면서 이를 수용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내심 매장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잠정적으로 그러한 요구를 수용하되 평장(平葬)을 하면 어떨까? 봉분이 허용될 시조묘 부근에 평장을 하게 하되, 고향을 떠나야 할 사람들을 기점으로 2~3대로 제한하면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조상을 편안하게 모셔 놓았다’고 생각한 뒤 고향을 떠난다면, 비록 자신이 살던 물리적 고향은 잃었지만, 조상님이 계심으로써 ‘내 마음의 흐뭇한 고향’은 영원히 그대로 있을 것이다.

죽은 자와 산 자가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묘지공원으로서, 미래 우리 장묘문화를 선도하는 모범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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