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증후군(Blue Bird Syndrome)이라는 말이 있다. 벨기에의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동화 ‘파랑새’에서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찾던 파랑새가 정작 자기 집 새장에 있는 새였다는 것에서 유래한 이 말은 우리가 찾는 중요한 것이 사실은 우리의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일컫는다.
이 파랑새 증후군은 미생물 분야에서도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플레밍이 공기 중에서 감염된 곰팡이로부터 우연히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후 과학자들은 미생물에서 유래하는 어떤 물질이 다른 미생물의 생장을 억제함으로써 미생물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병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후에 그 물질을 ‘항생제’라 불렀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항생제를 찾기 위해 집 앞마당의 흙 한줌에서부터 저 멀리 남극에까지 발길이 닿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장소에서 미생물을 분리하고 인간에 대한 주요 병원균에 대한 억제 실험을 실시하였다. 이러한 노력 덕분으로 1970년대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미생물 유래의 병에 대한 항생제가 개발되었다.
그러나, 과다한 항생제의 남용 때문에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 균주가 출현하였고, 이러한 균이 면역반응이 약한 환자나 어린이에게 감염되는 경우에는 기존의 항생제로는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러한 미생물의 반격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은 새로운 항생제를 찾아야 한다는 절대 절명의 위기감을 가지고 다시 미생물 분리를 시도하고, 기존 항생제의 개량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큰 문제 중에 하나는 “이 지구상에 아직 인간의 발이 닫지 않은 곳이 남아 있는가”라는 것이다. 남아 있지 않다면 우주로 미생물 채집을 나갈 것인가? 비용도 많이 들 뿐더러 미생물이 존재하는 행성을 찾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러한 시기에 최근 미생물학계에서는 새로운 행성은 아니지만 아직 우리가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공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곳은 바로 우리 몸속이다. ‘이너 스페이스(Inner space)’라는 영화에서 보듯 우리 몸 속은 또 하나의 우주로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은 탐험 대상인 것이다.
우리 몸속에 사는 미생물로 흔히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이 떠오를 것이다. 장내에는 대장균만 가득할 것이라는 상상을 많이 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장균은 우리의 장내에 아주 소수에 불과하고 예전에 우리가 전혀 몰랐던 많은 미생물들의 복합적인 서식으로 우리 몸이 이용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미생물은 그 자체로 숙주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부류와 그렇지 않고 병을 포함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부류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수많은 미생물이 우리 몸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이 두 부류사이에 절묘한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미생물이 우리 몸 속, 특히 장내에서 공생적으로 영양분 공급을 돕거나 나쁜 미생물의 과다 생장을 억제하고 있다는 것이 여러 실험에서 증명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장내 미생물들은 많은 과학자들이 남극까지 가서 찾아 헤맸던 ‘새로운 종’으로서 그동안 우리 몸속에 존재하며 우리에게 많은 이로운 역할을 해 왔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들의 정확한 역할과 이들이 생산하는 물질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많은 젊은 과학자들의 손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흔히 저 바깥 세상에는 더 크고 더 재미있고 여기서 가지지 못하는 더 신비로운 것이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세월이 흘러 긴 여행 후에 바깥 세상도 그리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새로운 미생물로부터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찾는 미생물학자들에게 우리 몸이 바로 ‘파랑새’였다는 사실은 세상사와 과학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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