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여성화’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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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여성화’를 기대하며

<시사에세이>

  • 승인 2006-05-09 00:00
  •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5·31 지방선거가 임박해오고 있다. 각 당마다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배경에는 선거를 마치 전쟁에 비긴 대결적인 사고방식이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지금 선거는 전쟁이다. 경선은 전초전이고 선거는 본 전투이다. 선거대책본부는 지휘부이고, 운동원들은 보병, 언론은 공중전, 구전홍보는 게릴라전이다. 캠프가 차려지고, 실탄이 비축되었다 보급되며, 첩자가 왔다 갔다 한다. 적과 아군을 구별하고 사느냐 죽느냐의 전투이기 때문에 목적을 위해서는 정당도 필요 없고, 명분이나 대의는 이차적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당을 좇아 당을 기웃거리는 후보자들이 있으며, 공천을 위해 줄대기와 조직 동원에 의존하는 구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중앙은 물론 지역 정치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구태의연한 정치 행태를 극복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정치의 여성화’라고 생각된다. 정치에 보다 많은 여성이 참여해야 현재의 구태 정치를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회 각 방면에서 여성의 능력이 인정되고 그 활용방안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대가 되었고 이제 정치에도 여성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정치공학적 의미에서 만이 아니다. 쉽게 얘기해서 여성에게서 ‘정치꾼’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여성정치인들에게서 공금횡령이나 부패, 폭탄주나 성추행, 황제골프나 테니스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남성은 지배를 좋아한다. 명령과 통제를 좋아하고 계급적 체제에서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하고 그것에서 안정감을 찾는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의사소통에 있어서, 타협과 협상에 있어서 남성은 협력과 시너지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늘 투쟁적 태도를 갖고 임하므로 결국 상처뿐인 영광으로 끝나고 만다. 최근 각 당에서 치러지는 경선 소식을 보면 상처뿐인 승리로 본 선거를 향한 상승효과보다 후유증에 대한 염려가 더 큰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군대식 남성은 오늘날 사회에서 소위 왕따를 당하는 인간형이다. 사회적으로 왕따를 당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떨어진다.

여전히 군대식 문화가 남아있는 기성조직에서는 남성들이 그래도 자리를 유지하지만 그렇지 않은 중고등 학교나 대학에서 그리고 각종 공직 시험에서 여성들이 뛰어난 성적을 보이는 것이 바로 남성성이 이 시대에 부적합한 태도임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학교임원에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고, 장학생도 여성의 비율이 더 높이 나타나고 있다.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책을 훨씬 많이 읽고 있으며 음악이나 미술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한다. 남성들은 범죄, 마약과 알코올 중독, 폭력, 학습장애에서 여성보다 월등히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치의 여성화는 분명히 정치를 새롭게 할 것이라 확신한다. 정치의 여성화는 남성정치인들의 변화와 아울러 여성들의 정치적 각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구태 정치를 극복하고 맑고 깨끗한 정치, 갈등과 대결이 아니라 화합과 축제의 정치를 회복하기 위해서 여성들의 정치진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여성 정치가의 배출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유권자이지만 스스로를 정당한 유권자로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나 아버지의 정보나 판단에 의존하여 남성성의 그늘아래서 정치를 보기 때문이다.

스스로 여성성에 바탕을 둔 정치적 주체성을 포기한 여성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후보자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선거에 기권하는 다수의 여성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정치판은 구태를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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