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께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5.31지방선거 때 투표하러 갈 수 있는지를 여쭈어 봤다.
그 어르신은 “요즘 두 다리 멀쩡한 사람도 투표를 하지 않는데 나처럼 두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은 투표를 하고 싶어도 투표장에를 갈 수 없어 하기가 어렵다” 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필자는 그 표정을 보면서 방안에 있는 휠체어를 가리키며 “저걸 타고 가시면 되잖아요” 했더니 어르신은 “내가 저 휠체어를 타고 투표장에 간다고 해도 기표소에는 들어갈 수 없으니 누군가가 나를 업어 기표소에 들어가야 하는데 나는 다른 사람한테 의지하는 것이 싫어 투표를 못한다”는 하소연이다.
사실 필자는 여러 차례 투표소 경비근무를 했지만 투표하는 장애인을 본적이 없고 또한 장애인들의 투표소 접근을 위한 시설이 마련된 것을 본적이 없는 터라 그 어르신의 하소연에 동감할 수 있었다.
그 어르신처럼 지체장애를 가진 많은 장애우들은 투표소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없어 선거를 못하는 반면 시각장애인들은 후보를 몰라 투표를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한편 국회는 지난 16대 총선부터 시각장애인들의 참정권 확보 차원에서 점자 선거홍보물의 배포 규정을 새로 삽입하고 후보들에게는 일정의 홍보물 제작비용을 되돌려주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장애인의 참정권이 보장된 선거에서는 선거 정보의 공평한 전달과 투표소의 접근 등 기본적인 선거권 보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공보물, 녹음테이프 제작에는 군색한 변명을 들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5?1지방선거에서는 전국의 장애우 유권자들이 지역의 일꾼을 뽑는 투표소에 나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선거 정보의 공유와 투표소의 접근에 편리하도록 시설을 마련해 휠체어 탄 그 어르신이 편안하게 투표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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