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누굴 뽑아야 하나

데스크시감

▲박기성 사회부장

5.31지방선거에서 자치단체장의 당선이 확실시 된다는 K모 후보. K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정당지지도와 인물지지도 등이 경쟁 후보들보다 높아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난제들을 추진력 있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후보는 다름아닌 K후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게다가 마당발이라 그 어떤 후보보다도 열심히 유권자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요주의 인물 가운데 하나가 다름아닌 K후보다. 그는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상태다. 검찰 안팎에서는 ‘그가 이번 선거에서 당선돼 단체장에 취임한다 해도 5~6개월은 법조계를 들락거리지 않겠냐’고 예측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은 K후보 같은 인물들을 숱하게 봐왔으며 5?1 지방선거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시대가 변해도 선거풍토는 변하지 않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선거사범이 4년 전 지방선거 때 보다 오히려 크게 증가하는 등 과열양상을 보이자 법원과 검찰은 선거사범 엄단방침을 마련, 시행에 나섰다.

법원은 당선무효 여부가 문제되는 선거사범 재판은 3심까지 6개월 이내에 끝낸다는 것이다. 금품수수?향응제??등의 범죄는 부패사범으로 보고 원칙적으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하기로 했다.

1심 재판에서 최종 확정판결까지 2~3년 소요되던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는 혹 특정 후보가 금품수수나 향응제공 등 과거와 같은 불법 선거운동을 통해 당선된다 하더라도 취임 후 5~6개월 동안 법조계 안팎만을 바쁘게 오가다 물러날 공산이 크다는 예측이다.

게다가 지난 2일 처리된 주민소환법은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의 장과 의원에 대해 유권자 10~20% 이상의 서명을 받을 경우 주민소환 투표를 실사하고, 유권자 3분의 1 투표에 투표자 과반수 찬성이면 즉각 물러나야 하는 것이다.

이 주민소환법은 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선출된 지 1년이 지나야 소환 청구 대상이 되기 때문에 내년 7월부터 실질적인 효력이 발생한다.

사실상 자치단체장 또는 지방의원의 위법이나 직권남용 등을 막는 재신임 투표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따라서 능력도 없는 인물이 이번 5.31선거를 과거의 어줍잖은 돈 선거, 향응 선거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면 짧게는 6개월, 길면 1년 이내에 뻔한 결과만을 낳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지방선거 대책기구 명칭을 ‘246개 행복주식회사 추진위원회’로 명명했으며 한나라당은 중앙선대위인 ‘대한민국 희망 CEO 선대위’를 발족하고 선거 슬로건으로 ‘하는거야 경제회생, 가는거야 선진한국’을 채택했다.

양대 정당의 선거 대책기구의 명칭 및 슬로건에서 현재 이 나라가 안고 있으며 풀어나가야 될 화두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아울러 ‘행복’ 또는 ‘CEO’와 같은 단어에서도 강한 이미지 일변도의 명칭과는 사뭇 다른, 유권자에게 가까이 가고자 하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지역에서 널리 알려진 기업인 가운데 한 사람인 K모 회장은 5월 한 달간 외유 중이다. 선거 때면 손 벌리는 사람들이 많아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K회장에게 선거는 골머리 아픈 행사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K후보처럼 정당지지도나 추진력은 다소 뒤진다 하더라도 선거 후 후유증 없이 소신껏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임기 동안 서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기업인에게 손 벌리지 않을 그런 후보를 뽑는 것은 아직 우리의 선거 풍토에서는 성급한 희망사항 일는지 유권자들에게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