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희관 선수가 과거의 실수를 잊고 운동에 매진할 수 있는 것은 격려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 왼쪽부터 민근기 대산체중·고 교감, 안종우 감독, 손희관선수, 이성희 심판, 양길모 대전복싱연맹회장. |
대산체육中서 권투입문 삶의 의미 되찾아
대전신인왕전 처녀출전 金획득 실력 인정
“과거 잊고… 세계챔프 꿈 품고” 연습 매진
거리에서 매를 맞아주고 돈을 버는 인생 막장의 전직 권투 선수 강태식과 소년 교도소에 수감 중 권투를 배워 갱생의 길을 찾는 유상환이 신인왕전에서 양보할 수 없는 승부를 가리게 된다.
처자식에게 버림받은 강태식은 가장의 자리로 되돌아오기 위해 이겨야 하고, 형기가 남은 유상환은 중병으로 위독한 할머니의 마지막을 보필하기 위해 이겨야 한다.
영화 ‘주먹이 운다’의 스토리다.
유상환은 천안소년원 수감 중 교도관의 권유로 권투를 시작, 전국체전에서 2년 연속 은메달을 딴 현주환의 실제 이야기다. 1984년부터 교화 차원에서 권투부인 ‘충의소년단’을 운영해, 지난해 10월 한국 슈퍼페더급 한국 챔피언 현주환을 배출한 천안소년교도소에는 권투로 새 인생을 살겠다는 인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영화는 왜곡된 교정 이미지를 바로 잡고 충의소년단 15명을 비롯해 1000여명의 재소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영화로 평가받았다.
‘주먹이 운다’의 주인공 유상환처럼 세계 챔프를 꿈꾸고 매일같이 비지땀을 흘리는 소년이 있다. 바로 제3회 대전시 신인왕전에 처녀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손희관(18·대산체중)이다.
한 번의 실수. 돌이키고 싶지 않은 시간들. 소년은 오늘도 샌드백을 두드린다. 과거의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앞으로의 희망을 일구기 위해 권투글러브에 힘을 싣는다.
아직도 솜털이 보송보송한 18살 앳된 소년. 소년은 지난해 10월 사소한 시비 끝에 싸움을 하고, 1년6개월의 보호처분을 받았다.
소년은 복싱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기술을 배우기 원하는 어머니와 운동을 하기 원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소년은 힘든 복싱을 선택했다. 어릴 때부터 운동에 소질이 있어 여러가지를 해봤지만 소년의 마음을 휘어잡는 것은 그 어느 것도 없었다. 축구도, 합기도도 마찬가지였고, 권투도 서너달하다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 그가 비행청소년을 선도하기 위한 대산체육중학교에서 굳이 권투글러브를 낀 이유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다. 힘든 복싱이 아니면 삶의 의미가 없다며 세계 복싱 챔피언이 되서 우뚝 서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소년에게는 오직 챔피언이라는 목표밖에 없다. 울지 않는 호랑이 김득구 선수와 조인주 선수를 제일 존경한다는 소년은 오늘도 꿈을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내년에는 체고에 입학하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소년에게는 꿈이 하나 더 있다. 못난 자식을 포기하지 않고 뒷바라지 해주시는 부모님, 챔피언의 기질이 충분하다고 믿어 주는 선생님을 위해 꼭 챔피언이 되겠다는 꿈이다.
사회에 불만만 있던 철부지가 이제 고마움이란 것도 알게 됐단다. 그래서 챔피언이 돼 당당하게 부모님과 선생님들 앞에 서기 위해 오늘도 샌드백을 두드린다. 꿈이 현실이 되길 기대하면서….
안종우 감독(대산체중. 고 체육계장) “탁월한 감각 국가대표감”
“희관이는 권투를 시작한지가 2~3개월밖에 안됐는데 탁월한 운동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종우 대산체육중학교 체육계장(사진)은 희관이에 대해 우선 ‘끼’가 있다고 칭찬한다.
안 계장은 “권투의 기본기를 잡아주려 하고 있다”면서 “아마도 3년 정도면 국가 대표가 될 기질이 충분하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체육계장을 맡고 있는 안 계장은 대산체고가 개교한지 5년이 지났지만 아이들이 운동을 하기에는 아직도 넉넉한 환경이 못돼 늘 가슴아프다.
“초창기에 운동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이 많았는데 지원에 한계가 있어 능력을 최대한 발휘 못한 게 아쉽다”는 안 계장은 “여기있는 아이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면서 승부근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어 안 계장은 “조금만 지원해 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재목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국에 있는 체고에서 대산체고로 전지훈련을 오는데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제한 뒤 “체육고등학교로 전학을 보내려 해도 교장선생님들이 기피하고 있다”면서 “학교라는 곳이 상위에 있는 학생들보다는 소외돼있는 학생들을 더 돌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대산체고에서 운동을 해 대학에 입학한 애들도 있고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고 운동을 그만 둔 아이들도 있다”면서 “아이들에게 운동기술보다는 하고 싶어도 하지 말고 참는 인내심을 가르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하루이틀해서 다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운동을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가장 시급한 문제로 그는 위탁교육 문제를 꼽았다.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은 바로 이 아이들인데 학교로 돌려보내려고 하면 학교 분위기가 안좋아진다고 거절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대산체고는 2003년부터 운동, 춤 등 학생들의 끼를 발휘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다. 평소 학교 교육에 무관심하던 아이들도 하고 싶은 것을 하니까 그만큼 진지하다는게 안 계장의 설명이다.
영화 ‘주먹이 운다’의 실제 주인공인 현주환 선수는 천안소년원 수감 중 교도관의 권유로 권투를 시작, 한국챔프의 꿈을 이뤘다. 현주환 선수의 인생을 본받아 권투로 새인생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안종우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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