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부가 사는 법 부부교사 김두식. 권영란씨

이 부부가 사는 법 부부교사 김두식. 권영란씨

  • 승인 2006-05-05 00:00
  • 글=김덕기 기자글=김덕기 기자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에 태어나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왔지만 죽을 때는
같은 시간에 세상을 뜨자고 맹세했어요. 다시 태어나도 이 사람을 선택할 겁니다”



친구처럼 연인처럼…
그렇게 걸어온 한길

대학동기로 만나 10년 연애
예산이 고향인 아내따라
주저없이 충남서 교편잡았죠

학교방송국 함께 출연해
깜짝 ‘결혼선언’에 당황
남편이 참 듬직해 보였어요





직(敎職)을 하늘이 내린 천직으로 생각하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김두식(58·용남고 교장)-권영란(54·천안농고 교사)씨 부부. 지난 78년 결혼해 28년을 함께 살아 온 이들 부부의 요즘 취미는 퇴근하면 밤 8시부터 손잡고 중구 태평동 집 근처 헬스장으로 달려가 2시간여동안 함께 운동하며 건강을 다지는 것이다.

지역교육계에선 ‘잉꼬부부’로 소문난 부부교사다. 그래서 일까. 언제나 변함없는 부부애가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잉꼬부부로 살아온 두 사람의 따뜻한 부부애가 다른 많은 일반인의 그것과 비교할 때 크게 다를 리 없겠지만 그래도 이들 부부에게는 유별난 데가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에 태어나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왔지만 죽을 때는 같은 시간에 세상을 뜨자고 맹세했어요. 다시 태어나도 이 사람을 선택할 겁니다”아내사랑을 표현하는 김교장의 말은 끝이 없어 보인다.

다소곳이 미소만 짓는 권교사도 남편사랑을 살포시 비춘다. “연애시절부터 남편은 깜짝 깜짝 저를 놀래키곤 했어요. 같이 대학에 다닐 때 학교방송국에 함께 출연했는 데 갑자기 남편이 마이크를 잡고는 ‘나는 영란씨와 사귄다. 앞으로 결혼할 예정이다’라고 선언해 버리더군요. 그 말을 듣고는 무척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남편이 듬직해 보였습니다.”

존경심을 갖고 서로를 위하는 두 사람의 대화속에서 애틋한 부부애가 묻어난다. 부러울 정도다. 이들 부부를 아는 주변 지인들이 존경심을 표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울 출신의 김교장이 예산이 고향인 지금의 아내 권씨를 만난 것은 대학에 입학해서란다. 69학번으로 중앙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에 진학한 김교장이 ‘클래스메이트’인 권씨를 만나면서 운명적인 인연은 시작됐다. 나이는 김씨가 아내인 권씨보다 4살 위이지만 잠깐동안 사회생활로 인해 학교를 늦게 들어가다보니 아내가 된 동창생 권씨를 만나게 됐다.

“고교졸업 후 서울 종로 2가에서 잠시 대입학원 강사를 했습니다. 당시 학원 3군데를 돌면서 강의했더니 그 때 돈으로 16만원쯤 수입이 들어오더군요. 그러다가 늦기전에 못다한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대학에 들어갔어요. 거기에서 지금 아내를 봤는 데 첫눈에 쏙 들었습니다. 제가 반한 것이지요.” 아내와의 인연을 권교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후 10년간 두 사람은 연애했다고 한다. 남편인 김교장은 교제당시에 예산에 살고 있던 아내의 부모인 장인, 장모되실 분도 찾아 뵈었다. 어른들께 자신들이 교제하고 있음을 밝히고 교제 허락을 받아냈다고 한다.

교직에는 73년에 몸담았다. 지금 두 사람이 충남지역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것도 사연이 있었다. 교단에 진출할 때 아내 권씨가 고향땅인 충남지역을 지망하자 남편 김씨도 주저없이 충남을 지원해 썼다고 한다.

아내인 권씨는 이 때 시댁식구들이 안좋아했다고 회고했다. “여자가 남자를 따라와야지 남자가 여자를 따라간다며 시댁식구들이 한 말씀씩 했어요. 저이는 그 때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이 안좋았을 겁니다” 권씨는 서울에서 교편생활을 시작해도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따라와 준 남편의 배려가 너무 고마웠다고 말한다.

김교장은 당시의 결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대학졸업 후 진로를 모색하던 시점에 서울 여러 군데서 솔깃한 제의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좋아 함께 보금자리를 만들고 싶어 다른 모든 제의를 접고 아내 될 사람을 따라 대전으로 왔지요.”

들은 그후 78년에 결혼에 골인했다. 그리고는 슬하에 1남2녀를 두었다. 첫째는 아들이고 바로 두 딸을 쌍둥이로 얻었다. 아내 권씨는“당시만해도 그만 낳자는 사회분위기가 있던 터라 세명의 자녀를 두는 것은 분위기상 어려울 때였어요. 그런데도 쌍둥이로 셋을 얻었으니 하늘에서 주신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 후에도 처음부터 같이 지내지는 못했다. 신혼 초에 아내는 대전에 있는 학교에서, 남편 김씨는 태안의 학교로 발령받아 근무하다보니 부부가 떨어져 지내야 했다. 그래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외로움을 떨구고 지낼 수 있었다고 두 사람은 회고한다. 영어교사로서 같은 길을 걷다보니 두 부부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격려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됐다고 강조한다.

“아무래도 학교생활을 서로 잘 알다보니 얼굴표정을 통해서도 상대방의 고민 등을 이해하고 같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서로에게 격려해주면서 부부의 힘을 느끼곤 하지요. 아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때도 있습니다.”김교장의 말이다. 천생배필은 서로의 얼굴만 봐도 상대방의 마음과 고민까지 꽤뚫고 있다고 했던가. 바로 이들 부부가 그런 것 같다.

교장은 올해 계룡대의 군인자녀가 많이 다니고 있는 용남고 교장에 취임한 뒤 학교운영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우선 학교에서 수화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언어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다.

또 학교 행정실에는 수화통역센터를 설치했다. 만약에 있을 언어장애인이 행정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을 때 발생할 불편을 해결해주려는 생각에서다. 기존의 공간을 재배치해 체력단력실도 꾸몄다. 교사들이 학교내에서 틈틈이 시간을 쪼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확충한 것이다. 그런 많은 시도가 있기까지의 과정에는 같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교사인 아내의 조언과 충고도 큰 몫을 했다.

남편 김씨는 그러나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희생한 아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같이 일하면서도 집사람이 아이들 교육을 잘 이끌어 주었어요. 자녀교육에다 가족을 평안히 이끌어 줘 제가 편안히 일할 수 있게 내조해 준 것이 무척 고맙지요.”

그러면서 김교장은 부부사랑에서 ‘아가페’적 사랑을 강조한다. 상대방을 위해 죽을 수 있는 사랑이 끝까지 부부에게 남아 있다면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소소한 부부간 갈등은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큰 딸이 사윗감을 데리고 왔길래 다른 조건은 안묻고 서로 ‘아가페’의 사랑을 할 수 있느냐고만 물었습니다. 그 사윗감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서로교제하라고 했습니다”이들 부부의 생각을 읽어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들 부부에게는 자녀들을 대하는 부모의 역할과 자녀 교육관도 보통의 부모와는 별스러운 부분이 있다.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감성을 키워주는 데 노력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음악을 가까이 접하도록
해줬다. 아들은 아직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신분이다. 두딸은 모두 사회에 진출했다. 음악을 전공한 큰딸은 충남교향악단에서, 교대를 나온 둘째 딸은 부모처럼 대전에서 교직의 길을 걷고 있다.

“가족을 위해 수고한 남편과 부모말을 잘 따라준 아이들에게 고맙지요. 남편이 퇴직하면 저도 같이 물러나려고 해요. 그리고 남편과 친구처럼 여생을 오순도순 재미있게 보내는 게 남은 꿈이랍니다” 야외에서 만난 두 부부의 밝은 미소속에 행복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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