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와 월드컵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지방선거와 월드컵

시론

  • 승인 2006-05-03 00:00
  • 손풍 삼순천향대 인문대 교수 부총장손풍 삼순천향대 인문대 교수 부총장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축제다. 그런데도 이 축제에 목을 매고 있는 정치인들의 달아오르는 모양새가 벌써부터 유권자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선거 결과를 다만 ‘바람몰이’와 ‘지독한 선거운동’의 결과물로만 인식하는 듯한 우리의 천박한 정치풍토 속에서 5월의 축제가 염려스럽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정책과 실천 방안 제시도 없이 속빈 구호만 내지르는 무책임한 후보들, 구태의연한 조직 선거, 돈 다발이 진정한 국민 축제가 되어야 할 이 선거를 더럽히고 있는 몇몇 정당들의 추한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선거판의 열기가 바로 그런 것들에 의해 혼탁해지고 또 그것을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선정적 언론에 의해 더욱 증폭되는 현실이라면 국민은 선택에 앞서 이 축제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정치권과 언론이 연일 네거티브한 정치 과정을 생산하고 전하느라 바쁜 가운데 정작 그 주인공이 되어야 할 유권자들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사익에 물든 기성 정치인들의 행태에 식상한 탓도 있을 것이요, 삶에 피곤한 유권자들의 참여열기 자체가 식어버린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살림을 통째로 맡기는 의식에 지역 주민이 무관심하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그 허약한 주인의식을 두둔할 이유는 없다. 모쪼록 유권자들에게서 느껴지는 이 냉기가 단호한 심판과 선택을 앞둔 주인 된 자의 냉철함에 근거한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따라서 선거도 축제는 분명하되 차분한 축제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유권자의 냉정함을 뒤흔드는 정직하지 못한 ‘바람 정치’ ‘선언 정치’를 거부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렇게 5월의 축제가 끝나고 나면 바로 6월의 독일 월드컵 축제가 지구촌을 또다시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갈 전망이다. 조짐은 벌써 이곳저곳에서 보이고 있다. 달아오른 언론을 필두로 우리 사회는 지금 ‘6월의 축제’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붉은 악마는 물론이고 언론, 정치권, 경제계에 이르기까지 다시없을 역사를 대하듯 월드컵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왜 이토록 우리는 스포츠, 그것도 축구에 열광하는 것일까? 혹자는 우리가 언제부터 이런 3류 스포츠 공화국의 시민으로 변신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포츠가 갖는 매력을 곰곰이 곱씹어 보아야 할 가치가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경험했듯이 축구는 국민통합의 에너지를 확산시킬 수 있는 기폭제다. 당시 히딩크 감독이 이끈 한국 팀은 그의 탁월한 리더십과 어우러져 피나는 체력훈련과 강인한 정신력, 거기에 국민적 성원이 어우러져 4강 신화를 이뤄냈다.

축구의 매력은 현란한 기술과 골 결정력이다. 여기에 문화 코드가 어우러져 우리를 감동시킨다. 각 국 대표선수들의 유니폼과 장신구, 독특한 골 세러머니, 거기에 경기장 밖의 각종 이벤트는 축구의 재미를 한층 더 높여준다.
그래서 축구에는 ‘아트 사커’라는 말까지 동원되고 있다. 아트 사커의 진수는 역시 브라질과 프랑스 축구다.

이 아트 사커의 반대말은 동네축구다. 동네축구에는 헛발질도 있고 개발질도 있다. 그래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고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역시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런 축구가 정치와도 무한한 함수관계를 갖게 한다. 지도자의 리더십 그리고 한 치의 사사로움이 개입할 수 없는 엄격한 룰, 그리고 열광하는 관중, 그 관중들이 정치에 가장 민감한 계층이라는 것을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이 알아야 한다.

지금 영국을 리드하고 있는 토니 블레어 총리도 축구광이다. 그가 집권하기 전 축구와 관련된 많은 공약을 내, 이른바 토니블레어 프로젝트라는 별명으로 축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우리의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축구와 정치의 함수관계를 이참에 배웠으면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