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혹시 ‘개후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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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혹시 ‘개후보’ 아닙니까?

중도시평

  • 승인 2006-05-03 00:00
  • 안순택 논설위원안순택 논설위원
5월 산빛(山色)이 눈부시다. 산벚꽃이며 산살구, 산복숭아 꽃들이 지고 마침내 연초록의 바람이 산을 뒤덮으면, 눈은 맑아지고, 세상이 너무 잘 보이다 못해 문득 어지럽다. 그럴 땐 숲에 들어가 한 그루 정정한 나무가 되고 싶어진다. 나무들처럼 새 움을 틔우고 가지를 뻗으면서 연두빛 물감을 풀어내고 싶다.

거꾸로 생각하면 황홀한 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3개월 건강한 기운으로 산천을 소란하게 했던 화려한 꽃들의 축제도 곧 막을 내릴 거다. 봄뿐이랴. 사람 사는 세상을 뒤집어 놓을 듯 시끄러운 선거축제도 막을 내릴 거다. 꽃이나 사람이나 한 쪽은 피고 한 쪽은 뚝뚝 떨어져 질 거다.

꽃이 지는 모습은 저마다 다르다. 모란이나 설토화는 질 때가 되면 미련없이 우수수 무너져 내린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인 제 분수를 알아 깨끗이 자리를 내준다. 대장부의 기상이 느껴지기도 한다. 옥매화나 개나리처럼 새 잎이 파랗게 돋아날 때까지 지지 않는 꽃도 있다. 누렇게 빛이 바래지면서 매달려 있는 걸 보면 차라리 측은하다. 필만큼 피었으면 잎이나 열매한테 선뜻 자리를 내어줄 일이지 어쩌자고 저렇듯 추한 꼴 보이면서 내려올 줄을 모를까. 주변을 돌아 보라. 보기에 민망한 건 꽃뿐이 아니다. 개나리에 ‘개’자가 붙은 건 뒷모습이 아름답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다.

봄빛은 아직 붉다. 철쭉이 산하에 지천으로 피어있기 때문이다. 오세영 시인은 ‘소리 없는 함성은 죽어서 꽃이 되나 보다. …꺾어도 꺾어도 피어나는 빛 고운 우리나라 4월 철쭉꽃’이라고 상징을 담았지만, 철딱서니 없던 시절, 우리에게 철쭉은 ‘개꽃’이었다.

허기진 시절의 설움이 묻어 있다. 쌀은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패지 않은 이른 봄 보릿고개, 고픈 배를 속이려면 꽃이라도 따먹어야 했다. 그 때 먹었던 꽃이 진달래였다. 그 고마움에 진달래는 ‘참꽃’이 됐다. 진달래와 모양이나 색깔은 닮았지만 먹고 나면 입이 퉁퉁 붓는 건 개꽃이 됐다. 그게 산철쭉이다.

식물학자들은 이름만 들어도 그 식물의 생태가 보인다고 한다. ‘참’자가 붙은 건 먹을 수 있거나 유용한 거, 친근한 거라고 한다. ‘개’자는 쓸모 없고 맛도 없고 먹지 못하고 먹으면 탈나는 거에 붙는다. 개살구는 당연히 맛이 없다.

국민중심당이 이명수씨를 충남도지사 후보로 결정하면서 대전시장과 충남도지사 후보군이 모두 드러났다. 선거전이 본격화된 셈이고, 저마다 다양한 공약과 아이디어를 내놓고 자신이 지역 발전의 적임자라고 소리치고 있다.
시·도민들은 말에는 귀 기울이되 ‘말의 홍수’에 휩쓸려선 안 될 것이다. 머슴을 고르듯 모든 걸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 내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결정할 뿐 아니라 대전과 충남의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책임지는 자리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지난 세월의 내신 성적을 현미경으로 살피고, 앞으로 4년을 내 살림을 믿고 맡길 만큼 능력을 갖췄는지 찬찬히 챙겨야 한다.

원칙만 가지고 따지면 출마자의 능력과 공약, 정당 대표의 지도력, 정당 비전 등을 검토한 뒤 희망을 주는 인물을 뽑는 게 옳다. 하지만 그 사람이 이 사람 같고, 이것저것 잘 모르겠거든, 한 가지만 기억하자. ‘참후보’를 고르는 거다. 배고픔을 덜어줄 후보, 한 푼이라도 월급에, 내 집 경제에 보탬이 될 후보, 그런 후보가 ‘참후보’다.

조심할 건 그 반대의 경우다. 앞글의 표현을 빌리자면 ‘개후보’쯤 될까. 자신의 이해득실만 따지고 중앙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후보다. 대전과 충남에 출마하는 많은 후보들 중에 이런 후보가 전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할 거다. 후보자 스스로가 ‘개후보’가 아닌지 돌아볼 일이겠으나, 문제는 사이비일수록 진짜 같다는 거다. 진짜보다 더 현란하고 더 보기 좋고 더 진짜 같다.

속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리는 수밖에 없다. 최소한 이런 후보를 뽑아선 안 된다. 뽑아놓고 손가락을 자르고 싶도록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그 날이 이제 28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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