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지 문을 열어젖히고 가슴을 펴고 주변의 자연과 하나 되어 자연인임을 만끽했던 곳, 그곳에서는 새집증후군이나 실내공기의 질을 따지지 않아도 되었다. 찜질방과 같은 따뜻한 아랫목이 있는가 하면 시원한 윗목이 있어 막힌 실내공간에서도 자연스럽게 공기가 순환하여 발과 허리는 따뜻하고 머리는 시원하여 상쾌함을 자연 그대로 누릴 수 있었다. 들어 열개문이 있어 모든 문을 열어 고리에 걸면 기둥만 남고 모든 곳이 툭 터져 주변의 자연과 하나가 되어 마치 숲속에 들어와 있는 듯, 들판한가운데 앉아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하였다.
이 모두가 한폭의 동양화를 생각케 한다. 서양화는 인물이나 주변물상들이 주가 되어 답답함을 느끼지만 동양화는 산과 물이 하나가 되고 사람과 집이라고 해야 자연에 묻혀 작은 점에 불과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리고 그 집은 막힌 집이 아니라 열린 집이어서 기둥이 마치 숲속의 나무를 연상케 하고 그곳에 들어 앉아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연의 일부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우리 고유의 건축은 편안한 시선을 준다. 현대 건축은 높은 벽으로 둘러쳐져 있어 가위가 눌리는 듯하지만 고유 건축의 추녀 끝은 우리에게 편안한 시선을 준다. 황토나 나무, 자연돌을 쓰기 때문에 우리 몸에 친근하다. 주춧돌도 덤벙주초라고 하는 오돌도돌한 돌을 생긴 대로 쓰고, 그 돌에 기둥을 깎아 맞추는 독특한 기법인 그랭이질을 한다. 나무기둥을 올릴 때도 뿌리 쪽이 아래를 향하도록하고 나이테가 자란 방향대로 맞추어 세우기 때문에 갈라지거나 뒤틀리지 않는다.
초가집은 뒤쪽의 산세에 맞추어 자연과 하나가 되도록 했고, 기와집의 곡선은 물먹인 새끼줄의 자연스런 늘어짐과 긴장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기와를 얹을 때는 기왓골 사이사이에 통기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햇볕에 달구어진 열기가 굴뚝효과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했으며 추운 겨울에는 보온효과를 갖도록 하였다.
부채살처럼 만들어 하늘로 약간 치솟게 한 귀퉁이의 서까래 놓는 기술은 신묘하기까지 하다. 착시현상을 고려하여 기둥이 나란하면 양쪽 끝이 쳐져 보이므로 바깥쪽 기둥을 약간 들어 올려 주는 귀솟음기법을 사용하였으며, 기둥도 너무 반듯하게 세우면 위쪽이 벌어져 보이기 때문에 불안감을 주게 되므로 기둥의 위쪽을 약간 안쪽으로 기울여 문제를 해결하는 안솔림 기법을 사용하였다.
한지를 써서 실내를 쾌적하게 하고 방안에 들어오는 햇빛과 바람의 양과 온도를 조절하였다. 문지방이 있고 머름이 있어 실내공간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비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름다움 또한 과학슬기가 듬뿍 담긴 고유건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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