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칼럼] 고유건축에서 과학읽기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사이언스 칼럼] 고유건축에서 과학읽기

  • 승인 2006-05-02 00:00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전시연구팀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전시연구팀장
해맑은 봄인데 밖을 보면 뿌옇다. 내 눈이 침침해서 일까? 얼마전까지 입에 오르내리던 회색도시라는 말이 이제 사라져 갔지만 뿌연 회색하늘과 콘크리트건물로 꽉 찬 도시를 경험하면서 다시 기억에 떠올린다. 싱그런 바람과 햇빛, 그리고 새록새록 피어오르는 연초록 잎새에 이끌려 창문을 활짝 열고 심호흡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껴도 금세 생각을 접어야 하는 현실이 시골의 옛집을 생각하게 한다.

언제든지 문을 열어젖히고 가슴을 펴고 주변의 자연과 하나 되어 자연인임을 만끽했던 곳, 그곳에서는 새집증후군이나 실내공기의 질을 따지지 않아도 되었다. 찜질방과 같은 따뜻한 아랫목이 있는가 하면 시원한 윗목이 있어 막힌 실내공간에서도 자연스럽게 공기가 순환하여 발과 허리는 따뜻하고 머리는 시원하여 상쾌함을 자연 그대로 누릴 수 있었다. 들어 열개문이 있어 모든 문을 열어 고리에 걸면 기둥만 남고 모든 곳이 툭 터져 주변의 자연과 하나가 되어 마치 숲속에 들어와 있는 듯, 들판한가운데 앉아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하였다.

이 모두가 한폭의 동양화를 생각케 한다. 서양화는 인물이나 주변물상들이 주가 되어 답답함을 느끼지만 동양화는 산과 물이 하나가 되고 사람과 집이라고 해야 자연에 묻혀 작은 점에 불과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리고 그 집은 막힌 집이 아니라 열린 집이어서 기둥이 마치 숲속의 나무를 연상케 하고 그곳에 들어 앉아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연의 일부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우리 고유의 건축은 편안한 시선을 준다. 현대 건축은 높은 벽으로 둘러쳐져 있어 가위가 눌리는 듯하지만 고유 건축의 추녀 끝은 우리에게 편안한 시선을 준다. 황토나 나무, 자연돌을 쓰기 때문에 우리 몸에 친근하다. 주춧돌도 덤벙주초라고 하는 오돌도돌한 돌을 생긴 대로 쓰고, 그 돌에 기둥을 깎아 맞추는 독특한 기법인 그랭이질을 한다. 나무기둥을 올릴 때도 뿌리 쪽이 아래를 향하도록하고 나이테가 자란 방향대로 맞추어 세우기 때문에 갈라지거나 뒤틀리지 않는다.

초가집은 뒤쪽의 산세에 맞추어 자연과 하나가 되도록 했고, 기와집의 곡선은 물먹인 새끼줄의 자연스런 늘어짐과 긴장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기와를 얹을 때는 기왓골 사이사이에 통기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햇볕에 달구어진 열기가 굴뚝효과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했으며 추운 겨울에는 보온효과를 갖도록 하였다.

부채살처럼 만들어 하늘로 약간 치솟게 한 귀퉁이의 서까래 놓는 기술은 신묘하기까지 하다. 착시현상을 고려하여 기둥이 나란하면 양쪽 끝이 쳐져 보이므로 바깥쪽 기둥을 약간 들어 올려 주는 귀솟음기법을 사용하였으며, 기둥도 너무 반듯하게 세우면 위쪽이 벌어져 보이기 때문에 불안감을 주게 되므로 기둥의 위쪽을 약간 안쪽으로 기울여 문제를 해결하는 안솔림 기법을 사용하였다.

한지를 써서 실내를 쾌적하게 하고 방안에 들어오는 햇빛과 바람의 양과 온도를 조절하였다. 문지방이 있고 머름이 있어 실내공간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비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름다움 또한 과학슬기가 듬뿍 담긴 고유건축에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