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 강조한 동화같은 판타지
가슴 찡한 웃음. 감동 전해줘
‘망가진’ 신현준 열연 기대돼
서산시 고북면 정자리에 사는
기봉(신현준)은 엄마(김수미)와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마을의 허드렛일을 거들고 얻은 음식이 행여 식을세라 한걸음에 엄마에게 달려가는 그다. 이가 없는 엄마는 음식을 씹지 못해 매일같이 체하고, 기봉은 틀니가 있으면 오래오래 사실 거라 믿는다. 다랭이 마을에 자랑거리를 만들고 싶은 동네 이장(임하룡)은 기봉을 마라톤에 출전시키려 하고, 트레이너를 자청한다. 틀니를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봉은 열심히 달린다.
실화를 소재로 한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 ‘…기봉이’ 역시 확실한 장단점을 안고 간다. 이미 알려진 이야기이기 때문에 관심을 모으긴 쉽지만,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는 그만큼 어렵다. 더구나 휴먼 스토리는 특성상 자칫 잘못하면 지루하게 흘러가기 쉽다.
기봉의 착한 심성을 드러내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전체 이야기 속에 녹아들지 못한 채 나열되는 게 그렇고, 서먹하던 이장 부자(父子)가 가족애를 되찾는 과정도 어색하다. 그러나 영화는 울퉁불퉁한 이음새를 웃음으로 버무리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축해 목표했던 감동을 건져올리는 데 성공했다.
‘…기봉이’의 미덕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 장애를 가진, 생활이 어려운 인물을 그리면서 밝은 톤을 유지하되 과장된 희화화를 피하려 노력한다. 덕분에 영화 속 웃음은 전혀 불편하지가 않다. 나무막대기든 뭐든 하나 부여잡고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일기예보나 야구중계를 하는 기봉의 모습은 자연스런 무공해 웃음을 전해준다.
신현준의 연기가 뛰어나다는 뜻이기도 하다. 발음조차 엉망인 기봉이 역할을 제 몸에 꼭 맞는 옷처럼 훌륭히 소화해낸다. 평소 장애우 역할을 꼭 하고 싶었다는 신현준은 성심성의껏 자신을 망가뜨려가며 힘들게 살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효자 기봉이를 열연했다.
김수미는 ‘일용 엄니’와는 또다른 모습으로 노모의 애틋한 모정을 표현해 내며 관록을 보여줬고, 기봉의 삶을 돌봐주는 아버지 같은 백 이장 역을 맡은 임하룡은 ‘웰컴 투 동막골’에서 보여준 인민군 병사의 따뜻하고 투박한 모습을 이어간다.
영화 속, 백 이장이 아들 여창에게 하는 대사 중에 “너는 효도를 입으로 하지만, 기봉이는 가슴으로 한다”는 말이 나온다. ‘…기봉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봐야 할 영화다. 그러잖아도 봄비처럼 가슴을 촉촉히 적신다. 전체관람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