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진의 충청비사] 작지만 큰 나라 ‘스위스’

[안영진의 충청비사] 작지만 큰 나라 ‘스위스’

물러설 수 없는 ‘독도’싸움

  • 승인 2006-04-27 00:00
  • 前 중도일보 주필前 중도일보 주필
日 해저탐사선 도발에 한국정부 강경대응
남북회담 반세기 불구 긴장관계 여전히 지속
강대국 갈등·전쟁속 중립 지켜온 ‘스위스’
한반도 평화위해 화합·방위력 등 본받아야





지난 한주, 우리 앞에 전개된 사태 앞에 분노와 아쉬움 그리
고 한 가닥 기대감에 가슴이 울렁거리기도 했다. 일본의 해저탐사선이 독도에 접근하려다 우리 측 강경대응에 일단 물러갔지만 이는 사태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데 분노를 느낀다.

그 다음은 남북 장관회담에서 함경북도 단천(端川)의 광산 공동개발과 항강 하구(河口) 자갈, 모래 공동채취를 제의해 북측반응이 관심을 모았다.

이밖에도 DJ의 6월 방북여부가 관심사였다. 뿐만 아니라 5·31 지방선거 전초전에서 금품거래(공천)가 드러나 국민들은 더 없이 우울한 표정들이다.




평양에서 열린 장관회담

경제대국(세계 2위) 일본이 미국과 밀착, 군사력을 키워오더니 이젠 패권주의 가도를 보란 듯이 달리고 있다. 우리와는 ‘남(南)의 삼방’이라 해서 한 동안 평온을 유지해왔으나 돌연 팽창주의 근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북으로는 러시아의 쿠릴열도(3개 섬) 반환요구, 우리 동해에선 독도영유권 주장, 동지나해에선 조어도(그들은 센가쿠 열도라 함)를 먹겠다고 중국과 갈등을 빚어왔다. 독도문제를 놓고는 한·일 두 영수 간에도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은 한국의 독립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 일본의 죄악사를 낱낱이 지적하자 일본 나카소네 총리는 역사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라 현실 문제를 논하자며 정상회담을 들고 나왔다. 그 시각 평양의 남북 간 장관회의에선 우리 측 이종석 장관이 북측이 통 크게 응해 온다면 상응한 경제협력을 하겠다고 제의했는데 그 결과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남북회담은 반세기 동안 우여곡절을 겪어왔음에도 난제가 쌓여 앞날을 예단하기 어렵다. 화해 쪽으로 가고 있다고는 하나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게 남북관계라 할 수 있다. 상대를 설득시키는 일도 어렵거니와 국민여론을 수렴하는데도 어려움이 뒤따른다. “왜! 턱없이 퍼다 주느냐?”는 불만에서부터 국민동의와 투명성 같은 걸 요구하기 때문에 늘 시끄럽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옛날의 반공법) 개정논란, 주적(主敵)개념의 한계 등 공방은 줄곧 봇물을 이뤘다.

지난 70년대부터 DJ는 소련, 중국(북측 후원국)과 남의 3방 중 미국과 일본 등 관련국 보장 하에 한반도 중립화를 주장해왔다. 그것이 구도(構圖)나 역학(地政學) 앞에 대안(代案)일 수는 있고 논리상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次善)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힘에 의한 흡수 통일보다 더 수순이 복잡하다며 비관하는 이가 없지 않았다.
한 시대 우리는 남북통일을 이루려면 그 ‘모델’을 독일에서 찾아야한다고 흥분한 때가 있었다. 그것이 오늘에 와선 궤도(軌道)수정이 불가피해지면서 공존 쪽으로 가닥을 잡아 나가고 있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서독이 동독과 달러로 통일을 이룬 결과 어떻게 되어있는가. 동독은 여전히 뒤져 있고 서독은 침체의 늪에서 빈혈을 체험하고 있다. 그 교훈에 근거한다면 2만 달러 미만의 우리의 경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중립은 쉬운 길인가

한반도 중립화를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아마도 ‘스위스’를 모델로 삼아왔을 게 분명한데 그렇다면 우리의 중립은 어떤 형태의 것이라야 하는가. 중립이란 전쟁이나 갈등 따위와 상관없이 ‘유아독존’ 편하게 살아가는 터전만을 생각할지 모른다.

동·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질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은 미덕일 수 있다. 하지만 중립을 구축한다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완충(緩衝)을 정치용어로는 노맨스랜드(no-mans-land)라 부르지만 이는 결코 낭만스런 어휘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완충이란 동서 또는 흑과 백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는 ‘제3지대’, ‘중립’, ‘로터리 구실’ 때론 견제능력을 지녀야 제몫을 할 수 있다. 그래야 마주보고 달려오던 차량들이 ‘로터리’에서 충돌하질 않고 방향을 바꿔 순환하는 그 기능….

세인들은 스위스하면 턱없이 잘사는 나라(3만5000달러), 전쟁을 모르는 시민, 알프스 영봉과 아름다운 호수, 감칠맛 나는 요들송, 시계의 종주국, 은행사업이 잘되는 곳, 전범, 도망자도 받아주는 지상천국쯤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겉으로 풍기는 이미지는 일응 그러할지 모른다.

하지만 스위스는 천혜, 천부(天惠, 天賦)의 터전, 그야말로 그냥 주어진 게 아니라 그들 역시 온갖 난관을 초극, 세상이 부러워하는 대국을 개척한 것이다. 그러니 스위스야말로 ‘작으면서 큰 나라’다. 세상에는 크면서도 작은 나라가 있는데 예를 들면 아프리카, 아프칸, 몽고, 티벳 등은 ‘크지만 작은 나라’요, 후진국이다.

스위스는 인구 700만에 비록 영토는 좁지만 아주 큰 나라요, 일등국으로 그들의 긍지(콧대)도 대단하려니와 의지 또한 강직해서 역대 로마교황의 근위병과 외국용병은 스위스출신이 단연 으뜸이라 했다. 혹자는 이 나라가 태초부터 전쟁이나 군주(君主) 따위는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는 이가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들의 역사는 후기 구석기시대에 이어 알프스 빙하지대 동굴과 바위 등에서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으며 BC 5세기 경 켈트인이 들어와 살았고 라인강 쪽의 게르만인과 자주 싸우다 나중에는 ‘로마’와의 전쟁에서 패하며 그 영향권에 들어갔다.

이어 4세기경에는 기독교가 들어왔고 5세기에 들어 전쟁과 각 부족 간에 반목을 해오다 10~11세기에 신성로마제국의 날개 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신성로마제국의 루돌프 1세가 죽은 후 합스부르크가의 학정에 농민들의 저항이 극에 달했다. 이에 대해 훗날 ‘스위스인’들은 ‘윌리엄 텔’의 신화를 만들어냈지만 이 이야기는 정사(正史)가 아니라 전설이라고 했다. 우리의 ‘홍길동’처럼…. 스위스가 영세 중립(永世中立)을 획득한 것은 1815년 오스트리아 비인회의 결과였으며 이 때 영토를 22개주(칸톤)로 못을 박았다.

스위스의 중립은 이렇듯 누가 가져다 준 게 아니라 이를 쟁취(개척)했다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2차 대전 때 ‘히틀러’도 감히 넘보지 못했던 스위스는 방어체계가 대단해서 이 나라가 영세중립을 포기한 것은 1986년 구소련과 동구권 공산당이 붕괴하면서 취해진 조치였다
. 여기서 그들은 유엔가입을 국민투표에 붙인 결과 75%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된 일이 있었다.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를 하는 나라가 되어 그와 같은 결과를 가져왔는데 2002년 재투표에선 54%의 찬성으로 UN에 가입, 190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완충도 자위능력 있어야

한때 국토확장의 꿈을 갖고 주변국과 전쟁을 치른 일까지 있으나 프랑스와의 대결에서 패하자 1515년 한계를 느끼고 중립을 선언했다. 갈등과 전쟁으로 인류사가 얼룩졌던 20세기 스위스는 용케도 그 소임을 다했기 때문에 오늘에 큰 기침을 하고 있다.

강대국들이 맞붙어 싸웠던 1, 2차 세계대전과 지역분쟁 와중에서 중재자 위치를 지켜온 바람에 수많은 사상가, 예술인, 전쟁피해자, 양민 등의 피란처(구제지역)로 큰 몫을 해냈다. 20세기 그 혼란의 와중에 스위스로 망명을 했거나 은신한 면면을 살펴본다.

아나키스트인 ‘바쿠닌’을 비롯 이태리의 논객 ‘가리발디와 마니찌’, 상대성원리로 유명한 과학자 ‘아인슈타인’, 러시아의 철학자 ‘알렉산더 체르첸느’, 문인으로는 ‘헤르만 헤세’와 소설가 ‘토마스만’, 시인 ‘바이런’ 역시 시인인 ‘제임스 조이스트’ 등이 스위스에 머물렀다. 이밖에도 레닌은 10월 ‘볼셰비키’ 혁명을 일으키기 전 ‘취리히’에서 욕망을 가다듬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나라에는 80년대 중반까지 우리 국군 특무대장을 지낸 김창룡의 유족들이 살고 있었다. 스위스는 관광대국이지만 은행운영 역시 그 누구도 추종을 불허한다는 여론이다.

가장 안전하고 믿을만하다 해서 세계의 부호, 정치인, 망명객들은 스위스은행을 이용했고 필리핀의 마르코스 전 대통령부처, 중동의 정치인 심지어 지난날 한국정치지도자와 기업인, 평양지도자의 계좌까지 있다는 풍문이 나돌았다. 어떻든 스위스에 머물다보면 물구나무를 서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5·31地選 지역갈등 없어야

우리는 5·31에 지방장관, 시장, 군수와 지방의원들을 뽑는 이른바 지방분권 시대를 내손으로 열어야 할 입장이다.
사람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외쳐왔으나 선진의 경우는 어떠한가. 미국, 일본, EU 등 여러 선진국이 있지만 내친김에 스위스를 챙겨보기로 한다. 이 나라는 지방분권이 잘되어 있어 지방(州)은 크고 중앙은 작기로 유명한데 22개 주를 장악하는 중앙(베론)에선 우리처럼 하향식(下向式)으로 내리 미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가끔 연락병처럼 중앙관리가 출장형식으로 주정부를 찾아와 실태를 파악하는 정도라면 거짓으로 들릴지 모른다.

그들에게 “당신네 수도(首都)가 어디냐?”고 물으면 ‘제네바’, ‘베론’, ‘취리히’, ‘루가노’라고 들쑥날쑥 식의 대답을 한다. 그것이 무리가 아니다. 중앙개념이 없는데다 주(州), 정부와 매사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위스는 언어에 있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태리어권으로 나뉘어져 세금을 받는데도 통역을 앞세우는 경우가 있다. 종교도 가톨릭 47%, 기독교 44%, 그리스 정교 등이 섞여 있으나 신앙의 자유를 누린다.

여기서 우리와 다른 점을 든다면 지역감정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간 동서간의 갈등, 영호남의 감정대립으로 스스로를 괴롭혀 왔음을 누가 부인할 것인가. 또, 그들은 혼성국민인데도 화합하는 데는 천재적 기질을 발휘한다.

옛날 어느 철인은 “야만인으로 태어나질 않고 그리스인으로 태어난 것을 운명의 신에게 감사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렇듯 그들은 민족은 없으나 스위스 국민의 자부심으로 뭉쳐 있다는 사실이다. 단일민족이라면서도 동네 간에, 종친끼리, 지역 간에 반목하고 갈등을 갖는 우리 현실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15세기경 스위스 농민들이 들고 일어나 학정에 항거한 그 역사를 ‘윌리엄 텔’ 이야기로 분장한 것에 대해 나무라는 일이 없다. ‘케슬러’에 항거하다 밉보여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화살로 쏘아 맞추고 사면되어 아들을 안고 자유천지를 찾아갔다는 ‘윌리엄 텔’…. 이는 건국신화라 했다. 전설에 속하는 이야기지만 이를 실체로 받아들이는 ‘스위스인’들이다. 단군(檀君)을 우상(偶像)이라 몰아대어 전각도 못 짓게 하는 우리와는 다른 풍토임에 틀림없다. 22개 혼성시민이 모여 일으킨 스위스는 거듭 말해 ‘작지만 대국’임을 실감케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