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도 소개된 것처럼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해 선거법개정과정에서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종속시킴으로써 공천비리를 예고해 놓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 현장에서 활동하고 싶은 지방정치지망생들에게 중앙정당의 공천(더 자세히는 해당지역의 국회의원이나 당원협의회장의 공천)이라는 진입장벽을 설치함으로써 중앙중심의 정치구도를 고착화시켰고 이는 자연스럽게 ‘공천만이 살 길’이라는 정치현실로 이어졌다. 더구나 당내경선에서 탈락할 경우 무소속출마도 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을 받게 해 지방자치를 철저히 중앙정치에 좌우되도록 선거법을 개정해 놓았던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방선거에 뛰어들고자 하는 지방정치지망생들이 공천을 따내기 위해 온갖 수단방법을 동원할 것은 뻔한 이치이며 이번 한나라당과 민주당사례와 같은 공천비리 의혹이 터져 나온 것은 너무도 자연스런 결과라 할 수 있다. 여야국회의원들이 정말로 지방자치의 발전을 바란다면 하루빨리 잘못된 중앙정치의 지방자치개입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즉 진입장벽자체부터 제거하는 한편 지방자치당사자인 지역주민들에게 지방선거때부터 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들의 임기내내 이들의 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자치수준을 높이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역의 대표를 뽑는 선거는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후보자시절에는 선거에서 선택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유권자인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약속을 남발하기도 한다.
아울러 선거가 끝나면 선출된 대표는 사법기관이나 감사원 등 중앙정부의 통제는 받지만, 지역주민들로부터는 통제를 거의 받지 않는 속에서 재량권을 누리는 한편 실정을 저지른다고 해도 이를 제재할 방법도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인사권과 예산배분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장을 ‘새로운 황제’라고 부르게 된 연유가 되었음은 물론 공천비리의 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부패한 지방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지역주민들이 직접 퇴출시킬 수 있는 주민소환제나 일정액 이상의 재정지출이 요구되는 사업에 대해 치러지는 재정주민투표제 및 주민들이 직접 잘못된 사안에 대해 감사에 나서는 주민감사제와 같은 주민통제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민소환제의 경우 이미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법안을 상정한만큼 정쟁의 대상이 아닌 정책적 차원에서 의견을 좁혀야 할 것이다. 주민소환제가 채택될 경우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1년내내 주민소환운동을 벌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데 지방자치도입때 이와 비슷한 우려가 제기된 것을 기억하고 있다. 오히려 이 제도가 채택된다 해도 지금처럼 권한이 막강한 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주민소환제에 나설 지역주민이 얼마나 될지가 의문이란 생각도 든다.
지방자치는 또한 중앙정부가 권력을 분산시킨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역민의 참여가 더 중요한 몫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런 점에서 대표의 선출에서부터 취임기간내내 대표들을 지켜보는 대가를 통해서만 지방자치가 성숙할 수 있음을 지역민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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