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에 거품(Housing Bubble) 이 있는지 여부는 경제적 척도와 심리 지표를 다각적으로 판단해야한다. 집값 거품이 어떤 형태로 꺼질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자산시장에서 가격(Price)이 가치(Value)를 넘어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상승할 때 거품이 있다고 한다. 집값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모두 짚어내 각각의 영향력의 크기를 일일이 잴 수 있다면 시시각각 집값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거품이란 말하자면 자산 가격 중 분석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것이 이상(異常) 심리 또는 불합리한 심리로 인한 집값 상승분이다. 비누거품이 정확히 어느 정도 부풀어 오르다가 언제쯤 터질지 알기 힘든 것처럼. 집값 거품을 재는 것 또한 어렵다. 주택가격지수, 임대료 대비 주택가격 비율(PTR·Price to Rent), 소득에 대한 주택가격 비율(PTI·Price to Income), 주택거래량 증가율, 주택 관련 대출 조건, 전체 주택 거래에서 투자 목적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 등이 있다. 집값 거품을 입증하려면 경제적 잣대 이외에도 ‘부동산 불패(不敗)론’, ‘묻지마 투자론’ 등 이상 심리가 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하다.
2005년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아시아·태평양지역 주요 국가 중 가장 많이 오르는 등 부동산 시장의 버블(거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다.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는 최근 발표한 2006년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사회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ESCAP에 따르면 한국과 홍콩, 중국 등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거품이 나타나고 있다. 거품은 조만간 터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환위기 직후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45%나 폭락한 적이 있다고 소개한 ESCAP에 따르면 서울과 홍콩 등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실재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내 집을 샀는데 집값이 떨어지면 금융시장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품의 쓴 맛을 본건 일본만이 아니다. 일본에 앞서 1980년대초 남미의 거품 붕괴는 권역(圈域) 경제를 초토화 시켰으며 84~87년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핀란드,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국들 역시 90년대초 혹독한 거품 붕괴의 대가를 치렀다.
부동산 거품 붕괴의 이 같은 사례들 가운데 눈에 띄는 한 가지 공통적 현상이 있다. 유동성 급증, 준비된 자산이 급격히 불어나며 자산 가격의 초인플레이션을 유발, 거품 붕괴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위기 전 수년간 남미는 외채 형태로, 일본은 천문학적 대미 무역 흑자로, 스칸디나비아 반도국들은 외국 자본으로, 미 남서부는 고유가에 따라 달러화가 밀물처럼 몰려들며 유동성이 급격히 증대됐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 임에도 달러 유동성이 넘쳐나는 바로 우리 경우를 돌아보게 한다. 한국은 지난 한해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치솟던 부동산값이 주춤하고 있지만 거품 붕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부동산은 물론 전반적인 자산 디플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올해는 부동산 시장 그리고 한국 경제 앞날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그 어느 해보다도 높은 버블 경제의 시대다. 특히 부동산에서의 거품 붕괴 가능성을 다시 한번 점검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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