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의 하나, 예술은 고도의 사기극이라는 얼마 전 타계한 백남준의 말,말,말에 일부 공감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그 행위가 원래의 목적을 잊고 달리 사용 되었을 때 예술이 예술의 그 목적을 다하지 못하고 추함으로 떨어지는 게 아닐까한다.
4월이 4월 같지 않은 요즘.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흙비가 내리더니 바람까지 있던 날. 꼬옥 그런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대개 공연 관람 나들이를 할 때에는 이름 석 자에 대한 신뢰에서, 꼭 참석해 주어야할 지인이라서, 아니면 춤전문지나 매스컴을 통해서 꽤나 검증된 춤공연일것 같아서 인데 이번의 공연 나들이는 맨 후자의 경우였다. 물론 꼭 참석해달라는 기획자의 전화가 변덕스런 날씨로 망설이는 나를 부추기기도 하였지만 말이다.
그러나, 아뿔싸! 일부러 KTX를 타고 서울 나들이까지 하며 공연장까지 걸린 시간과 비용의 아까움은 물론이고 완전히 속았다는 생각은 공연장 입구에서 부터 풍겨져 나왔다. 그냥, 준비된 만큼만 준비되었다고 할 수는 없었을까? 그렇다 해도 예술이라는 이름아래서의 작품들은 감상자의 입장에서 보면 부단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그 평가는 각기 다를 지라도. 마치 대중가수 나훈아의 공연인양 선전을 하고 너훈아를 출연시킨 그런 모습이었다.
아무리 예술은 고도의 사기라고 하지만 이건 번지수가 아예 다른 사기라는 생각에 공연 내내 착잡하였다. 스스로 내용물의 부실을 인지하기에 그러한 허구를 앞세운 공연앞에 대부분의 씁쓸하게 돌아섰던 그 어느 공연보다도 안타까운 공연이었다. 꼭 그러해야만 했을까하는. 더욱이 그 공연을 기획, 주관하는 이 역시 예술가의 이름을 하고 있는 분인지라 그 실망감은 더 하였는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세련되고 장황하지만 그 말에 진심이 없는 사람보다는 조금은 어눌하지만 그 마음을 다하여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신뢰가 가고 뜨거운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은 것처럼 예술작품이나 그것을 둘러싼 그 어느 행위에 있어서도 그 상식은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다. 예술이 예술 그 본연의 자리에서 고도의 사기극을 제대로 쳐 줄때 우리의 삶은 더더욱 살맛나는 세상으로 유지되는 게 아닐까?
아무튼 4월은 그렇게 가고 있고 내일은 흙비도 … 바람도 멎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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