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서울 반포동에 사는 여성 B씨도 괴한에게 소중한 자신의 몸을 강제로 유린당할 뻔했다.
B씨는 집에 침입해 자신을 성폭행 하려던 괴한에게 “얼마 전 낙태수술을 해 지금 성관계를 가질 수 없으니 몸이 다 낫고 서로 친해지면 그때 찾아 오라”고 설득하면서 괴한에게 약속의 의미로 휴대폰 번호를 남기게 했다. 이후 B씨는 남자 친구와 함께 괴한의 휴대폰으로 연락해 집으로 유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 2003년 여름 대전 중구 선화동에서 귀가중이던 직장여성 A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20대로 보이는 괴한이 갑자기 뒤에서 자신을 끌어안고 공터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 했기 때문이다. A씨는 당시 평정심을 잃지 않고 “여기서 이러는 게 싫다. 차라리 여관으로 가자”며 괴한을 인근 여관으로 유인했다. 괴한이 여관 주인에게 돈을 지불하는 순간, A씨는 카운터에 있던 여주인에게 “강간범이야, 살려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했고, 여관주인은 경찰에 곧바로 신고했다. 당황해 달아나던 범인은 신속히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붙잡혀 강간미수로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접근차단이 최대 방책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사회적 대책 마련돼야
두 가지 사례는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한 여성들이 순간 기지(奇智)를 발휘하면 화를 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대전 중부경찰서 김용숙 여성청소년계장은 “성폭력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여성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해 안타까움을 많이 느낀다”며 “성폭력이 벌어지는 현장에서는 여성들이 평정심을 잃지 말고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으로 범인을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휴대폰 단축번호에 112신고센터를 저장해 두거나 호루라기 등 호신용 장비를 갖고 다니는 것도 성폭력 현장에서 모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성폭행범은 홀로 귀가 중인 여성을 뒤따라가 범행을 하거나 때론 주거지를 파악해 미리 침입해 있다가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경우 성폭행범의 접근을 미리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데 혼자 거주하는 원룸의 경우남성복을 빨래 건조대에 걸어놓거나 남자신발을 현관에 비치해 놓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조언이다. 또 불을 켜 놓은 채 외출하기, 심야시간 귀가 시 누군가가 집을 방문할 것처럼 큰 소리로 전화 통화하기 등도 성폭행범 침입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여성이 자신의 성을 스스로 지키는 지혜를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폭력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 틀을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전동부서 정이순 여성청소년계장은 “유아나 초등학생 일 때부터 성폭력 범죄에 대한 경각심 함양을 위한 성폭력 예방교육 시행이 요구된다”며 “경찰관서와 교육청 등 유관기관이 연계해 이 같은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남대 여성경찰행정학과 탁종연 교수는 “성폭력범이 특별한 경우인지 아닌지를 구분해 실효성 있는 사회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발바리 같은 연쇄 성폭행범은 전자 팔찌를 채워 실시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야간에 외출을 제한하는 등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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