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란 가족이 함께하는 최소규모의 집단을 일컫는다. 사회가 다변화되다보니 가족의 형태도 많이 변하고 있는 현실이다. 핵가족이란 단어는 오래전 말이고 남아선호사상도 그리 와 닿는 느낌이 적다. 이젠 저 출산 때문에 나라의 장래가 위태롭다고 까지 한다. 하나의 추세로 보기에는 분명 문제 있고 해답을 꼭 찾아야하는 숙제이기도 하다.
이런 복잡 다양한 사회 흐름 속에서 우선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 필자는 어린이날을 지목하고 싶다. 꼭 하루를 어린이를 위해 희생(?)하는 어른들의 노고는 아이들에게 조차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운 시절이 있었기에 하루를 지정하여 행사토록 했던 것은 가치를 높이 살 만 하지만 세상은 변해도 많이 변했다.
아동이 학대되고 성적희생물로서 언론을 메우는 지저분한 세상을 탓하기 이전에 요즘 아이들의 현실세계가 너무도 가엽다 못해 불쌍하다는 생각이다. 학원과 과외에 치이고 조기교육과열에 그저 남하는 대로 쫓아가기 바쁜 인생이다. 놀 줄을 모르기에 비만증상을 초래하고 성인들과 같은 질병을 앓는다. 이런 아이들에게 돌아오는 어린이날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과연 부모와 어른들은 무엇을 해줘야할지 두 자녀의 아빠이기도 한 필자도 한숨이 나온다. 길이 막혀 놀러가지도 못하는 현실에 그저 어른들의 국가공휴일이 되진 않을까 싶다.
미국에서 살아본 짧은 체험에서 볼 때 그네들에게는 어린이날이 없다. 다시 말하면 365일 모두가 어린이날이라 해도 될 법하다. 아버지는 퇴근 후 딸의 그네를 밀어주고, 주말이면 아이들 운동경기에 온 식구가 참여해 서로를 응원해준다. 파란 잔디구장에서 말이다. 잘 살아서가 아니다. 요즘 우리네 스승의 날과 관련해 말이 참 많다. 우리가 선생님들에게 금품과 촌지를 건네줄 때, 미국의 그네들은 전날 아이들과 같이 구운 사과파이를 손수 포장해서 건네준다. 선생님 또한 정성에 대한 고마움을 마음껏 표현한다. 아이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배우며 커나가고 있다. 마음이 부자인 셈이다.
얼마 전 아들 녀석의 웅변대회 제목은 ‘내가 만일 교장선생님이라면’ 이었다. 그중 한 대목을 적자면 “금요일에 숙제가 없는 학교를 만들어 주말엔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여가활동을 마음껏 즐기자”는 내용이었다. 이번 어린이날엔 아이들과 같이 피자를 만들어 봐야겠다. 따사로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마음시린 5월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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