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멋진(?) 도둑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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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멋진(?) 도둑놈

마이 캡틴 김대출 주 연:정재영, 남지현

  • 승인 2006-04-21 00:00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마이 캡틴 김대출’은 봄날 꿈같은 영화다. 허황되고 허무한 스토리라는 의미가 아니라 따뜻하고 순수한 동심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또 웃음과 눈물, 아이와 어른의 성장담까지 몽땅 한꺼번에 담아내려하는 야심찬 영화라는 점에서 그렇다. 꿈꾸지 않고서야 그 많은 이야기를 한 영화에 담아낸다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한가.

국보급 문화재가 사라진다. 전문 도굴꾼 대출의 솜씨. 불상을 감추려던 대출은 강아지를 쫓아 동굴 안으로 들어온 왈패소녀 지민에게 들키고 만다. 지민에게 맡겨 놓은 불상이 사라지고 흡혈귀 소년 병오가 끼어든다.

대출이 지민과 병오에게 ‘특수발굴수사대 대장’이라고 거짓말하는 장면이나 지민과 외할아버지가 토닥대는 장면은 코미디, 불치병을 앓고 있는 병오와 어머니 애란의 애틋한 정은 눈물 쏙 빼는 신파다. 흡혈귀가 되어서라도 더 살고 싶은 병오와 도굴꾼 아버지를 고발했던 상처를 지닌 대출이 지민과 병오의 아버지 자리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은 성장드라마다.

웃음과 눈물, 아이와 어른의 성장담을 몽땅 담으려니 영화는 정말 바쁘다. 그런 까닭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산만해져 버렸다.

정재영과 지민 역의 남지현의 연기가 흔들리는 영화의 균형을 잡는다. 투박한 외모와 비루한 차림새로 정에 굶주린 대출을 그려낸 정재영은 ‘역시’ 소리를 들을 만하다. 눈빛으로 마음의 변화를 표현해내고, 클라이막스에선 소름 돋는 연기를 펼쳐보인다. 남지현은 이 영화가 거둔 수확. 어른들에게 존칭을 생략하는 왈패소녀지만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에도 따스한 마음이 전해진다.

묵은 정을 되살리는 장치들도 이 영화의 미덕. 누추한 시골집 부엌에서 어린 손녀를 큰 대야에서 손수 목욕시키는 할아버지, 병약한 아들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줄에 매달리는 곡예사 어머니, 낯선 어른의 거짓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따르는 아이들 등등. 이들과의 인연에서 도굴꾼은 금불상보다 귀한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잃어버린 순수일 수도 있겠고 가족애일 수도 있겠다.

송창수 감독은 이 영화를 “아이들의 순수함으로 어른들을 치유하는 영화”라고 말한다. 배꼽을 쥘 만큼 웃기거나 뭉클한 감동 없이 뜨뜻미지근하지만 가족과 함께 봄나들이 영화로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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