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연구원들

발로 뛰는 연구원들

원자력안전기술원 사고현장조사반

  • 승인 2006-04-21 00:00
  • 정문영 기자정문영 기자
▲ 좌로부터 이덕헌 실장, 안승훈·구본현·도규식·허창욱 연구원. 이날 김상재, 김민철 박사는 원전현장에 출동해 5명의 연구원만 자리했다.
▲ 좌로부터 이덕헌 실장, 안승훈·구본현·도규식·허창욱 연구원. 이날 김상재, 김민철 박사는 원전현장에 출동해 5명의 연구원만 자리했다.
‘국내 21개 원자로(발전로 20개, 연구로 1개)의 안전은 우리가 책임진다.’교통사고 현장에는 사고조사를 위해 경찰이 출동한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에서 발생한 사고현장에는 과연 누가 출동해 원인을 밝혀낼까.



샐틈 없는 원자로엔 우리가 있다

국내 21곳 원전사고 성묫길도 미루고 현장으로
평소엔 사고원인파악 위해 불철주야 정보수집

원자로 사고 발생시 대덕특구 내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원장 신원기, KINS) 안전대책부 안전분석실 연구원들이 출동한다.

이들은 국내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사고현장조사반’으로 구성돼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현장에 투입된다.

연구원하면 보통 연구실에서 각종 실험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들의 경우는 일반 연구원들과는 사뭇 다르다.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안전분석실(실장 이덕헌) 연구원들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촌각을 다툰다.
단 하루라도 맘 놓고 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물론 연구원 개개인의 집안행사를 챙긴다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게 이제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정도다.

국내 원자력 관련 기술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하지만 원전 사고의 경우 그 여파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며, 워낙 전문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사고가 없는 평사 시 KINS 안전분석실 연구원들은 사무실에서 가만히 대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한 원인파악을 위해 각 원전에 대한 정기 및 수시검사는 물론 외국 원전사고의 정보 수집 및 검토 분석 등도 이들이 해야 하는 중요임무 중의 하나다.

한 해 동안 평균적으로 국내에서는 20여 차례에 달하는 크고 작은 원전 관련사고가 발생한다고 한다.
아무리 미미한 사고라 할지라도 KINS 사고현장조사반 연구원들은 만사를 제쳐두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동안 여러 원전 사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사고현장조사반 연구원들은 지난 2004년 태풍 ‘매미’가 불어 닥쳤을 때를 잊지 못한다.

태풍으로 인해 국내 발전소 5개가 일시에 정지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인 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귀향길에 나서고 있었지만 KINS 사고현장조사반들은 귀향길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 때 공주로 성묫길을 나서던 이 실장의 경우 사고소식을 접하고 차를 돌려 월성 현장으로 달려가야 했으며 다른 연구원들도 또 다른 사고현장으로 투입됐다.

모진 비바람으로 여기저기 길이 끊기고 산사태 등으로 도로마저 사라져버렸지만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한 이들의 의지를 자연의 힘도 꺾을 순 없었다.

최 일선에서 원전사고의 원인을 분석해야 하는 원자력 시설의 안전관리규제기관인 ‘KINS맨’들이기 때문이다.





KINS 안전분석실 이덕헌 실장

“부서원들 책임감에 감탄 절로”



“부서 연구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책임감에 제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입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안전분석실 이덕현(49) 실장의 부서 연구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의 마음은 남다르다.
국내 21개 원전사고현장을 단지 KINS 안전분석실 연구원 7명은 재발방지를 위해 어느 누구보다 철저하고 완벽하게 원인분석을 해오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을 사고현장으로 급파해야 하는 이 실장의 지시를 단 한 차례도 거부한 적이 없는 것 또한 이들에게 고마워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이 실장은 말한다.

“연구원 개개인에게 사건조사팀 출장을 의뢰해 반려한 직원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죠.”
이 실장은 같은 부서 연구원들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의 김상재 박사와 김민철 연구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결혼 7년 만에 늦둥이를 본 김 박사의 경우 주말이 돼야 그토록 보고 싶은 아기를 볼 수 있지만 바쁜 일정에 이마저도 쉽지 않아 그를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이유에서다.

김 연구원의 경우 결혼 1년차를 넘어서고 있지만 주말도 휴일도 없이 밤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것은 물론 사고현장에서의 완벽함과 치밀함은 이 실장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할 정도다.

가정에서는 ‘0점’아빠이자 남편이라 말하는 이 실장은 “피곤하고 힘들다고 허술하게 사고조사를 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를 인지하고 최선을 다해주는 동료 연구원들이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 KINS 안전분석실 이덕헌 실장
▲ KINS 안전분석실 이덕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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