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상 집유나 벌금형에 그쳐
영국 90%이상 구금형과 대조적
사법부 ‘단죄’ 전향적 의식 필요
형기 만료 열흘도 안돼… 재범
지난달 27일 서울동부지법은 성폭행 혐의로 복역하다 가석방된 뒤 다시 혼자 사는 이웃여성을 잇달아 성폭행한 임 모(29)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임씨는 길 가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2003년 8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지난해 10월 가석방돼 12월 초 형기를 마쳤다.
그러나 임씨는 형기가 만료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음식 배달원을 가장해 혼자 사는 A여인의 집에 침입, 성폭행하고 현금 등을 빼앗아 달아났다. 임씨는 A씨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도 경찰관을 사칭해 A씨 집에 다시 찾아가 추가 범행을 시도하기도 했다. 며칠 뒤에는 상수도 검침원이라고 속여 이웃에 사는 B여인의 집에 들어가 B씨를 마구 때린 뒤 성폭행하다 덜미가 잡혔다. 재판부는 “출소 직후 동종 범죄를 반복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재범 위험성이 높다”며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성폭력 범죄자들의 특징은 재범률이 높다. 지난해 성폭력 범죄자 1만3695명 가운데 재범 이상이 53.8%에 이른다는 통계치도 나와 있다.
성폭력 범죄자의 절반 이상이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으로 풀려나고 또 다른 절반이 다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는 실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성폭력 범죄자들은 비정상적인 성관념에 사로 잡혀 범죄를 반복 할수록 죄의식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심각한 것은 정상적인 성관계로 만족을 얻을 수 없는 사람이 저지르기 보다 병리적 문제가 없는 사람이 범인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선의 한 형사는 “도둑질을 하려다 여주인에게 들켜 입막음을 하려고 성폭행하는 것처럼 한 번 계기가 생기면 범인들은 자신감과 함께 요령을 습득해 성폭행을 반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 성폭행범은 강간이 아니라 성관계를 했다는 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성폭행을 반복할수록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성폭력 가해자들은 사건발생 후 초기에는 자신의 성폭력 범죄에 대해 깊은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기 보다는 범죄행위에 대해서 부인과 자기 합리화로 일관하는 성향을 보인다.
최근 잇따른 성폭력 범죄로 인해 국민 불안감이 커지자 법원에서는 성폭력 범죄자들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등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성폭력 척결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가고 있음에도 실제 성범죄 처벌에 있어서는 여전히 관대함이 이어지고 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전국 1심 법원의 성범죄 집행유예 비율이 56~58%에 이르고 있다. 구금형 비중이 70%대인 미국이나 90%를 넘는 영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처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의 자료에 따르면 강간의 경우 프랑스는 5년 이상 징역형이 70.5%지만 우리나라는 18.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대전성폭력 상담소 관계자는 “성폭력 범죄의 중독성이나 재범방지 교육 부재 못지않게 관대한 처벌도 재범률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라며 “성범죄 근절을 위한 사법부의 보다 전향적인 의식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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