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놀랍게 변화된 학교, 교육도 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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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놀랍게 변화된 학교, 교육도 변해야

  • 승인 2006-04-20 00:00
  • 이은성 前 서천교육장이은성 前 서천교육장
얼마 전 학교장의 초청을 받아 충남의 몇 학교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학교는 내가 알고 있던 모습이 아니었다. 정말 놀랍게 변해 있었다. 참 좋은 학교가 되어 있었다. 학교 시설이 달라지고 있었다.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던 단조롭고 획일적이던 학교의 모습이 일류 회사나 호텔을 연상시키는 아름답고 밝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난방 시설은 난로 대신 중앙난방으로 편리하고 아름답게 변해 있었으며 아파트나 고층건물에서 보던 엘리베이터도 설치되고 강당과 다목적 시설은 학교의 필수시설로 되어 있었다. 외국여행 때 방문했던 선진국 학교보다 더 좋은 시설이었다.

교실 자체가 부족하여 고민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참 많은 특별교실이 설치되어 있었고 도서실은 전산화되어 편리하게 운영되고 있었으며 음악실도 철저하게 방음되어 이웃반의 수업을 방해하지 않았다. 교무실 각 교실 특별실의 내부도 아름답고 품위 있게 꾸며지고 내부시설도 충실하고 운영도 잘되고 있었다.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던 나에게 학교의 급식시설도 너무 좋게 보였다. 급식실은 점심밥을 먹는 장소 이상이었다. 학생들은 한솥밥을 먹는 한 식구가 되어 있었다. 학생들 사이엔 정이 흐르고 있었다. 학교가 정말 놀랍게 변화하고 있었다.

학급당 학생수는 30여명이다. 학급당 60여명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나에겐 정말 놀라운 일이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 진정한 교육을 할 수 있다고 한없이 주장해도 예산 때문에 불가능 하다고 말하는 교육 당국의 모습을 보아왔던 나에게 학급당 학생수 30여명은 혁명같이 느껴졌다. 한 학급에 60여명의 학생을 놓고 교육을 말하고 개별지도를 말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거짓이었다. 거짓 속에 교육은 죽어갔었다. 학급당 학생 수를 반으로 줄인 것은 해방 후의 교육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고 성과다. 교육을 교육답게 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든 일 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효과는 바로 교육현장에 나타나고 있음을 느꼈다. 학교의 문화가 바뀌고 있었다. 학생들 사이에 다정함이 솟아나고 있다. 학교 학급만 보이던 학교에서 학생 하나 하나의 모습이 살아나고 있었다. 군대 문화 비슷하던 학교 문화가 학교다운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교육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이렇게 학교시설과 교육환경이 달라지면 교육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물론 달라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동적인 변화 이상 능동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지금이 교육내용을 변화시킬 절호의 기회다. 교육자 언론인 시민사회가 모두 힘을 합쳐 교육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기회로 만들었으면 한다.

혼혈인 미식축구 MVP 하인스 워드의 어머니가 “우리 아들이 한국에서 자랐다면 거지밖에 더 됐겠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곳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우리 교육의 책임을 지적한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대 합격생 명단을 플래카드로 만들어 자랑했던 나를 지적했다는 생각이다. 이제 우수학생 중심의 교육에서 모든 학생 한사람 한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우수대학 합격생을 축하해주는 이상, 대학에 떨어진 학생과 괴로움을 함께 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학생교육에의 열정이 열정 자체로 그치지 않고 학생 한사람 한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교육으로 변해야 한다. 못나도 인간이기만 하면 존중하는 인간 존중 교육으로 변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정이 넘치는, 기쁨이 넘치는 흐뭇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인스 워드의 어머니가 “우리아들이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미식축구 MVP가 될 수 있었다”고 말 할 수 있게 하자.

(참고 : 방문한 학교가 전체 학교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학교 변화를 상징한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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