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전국적으로 1999년 1만여 건에 불과하던 국제결혼이 2004년에는 3만5000여 건으로 증가하여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고, 2005년에는 13.6%의 상승세가 지속되어 약 4만여 건의 국제결혼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국제결혼이 급증함에 따라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 70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이는 전체인구의 1.5%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혼혈아동 등 혼혈인구의 증가 역시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추세인데, 전라남도의 경우 2005년 7월말 현재 12살 이하 혼혈아동이 2180명에 이르고 있는 등 전국적으로 수천 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었고,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5년말 현재 국내 재학중인 혼혈 초중고생은 총 6121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혼혈인들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다.
그럼에도 비혼혈인의 혼혈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뿌리깊이 남아 있는데, 최근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초중고생 혼혈청소년 7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절반가량인 45.7%가 자신의 처지에 우울함이나,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하였고, 단지 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답한 청소년도 25.7%에 이르렀으며,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다고 답한 경우도 17.1%나 된다고 한다.
특히 흑인계 혼혈청소년의 경우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단 한명도 없었던 반면, 자신의 외모로 인한 편견과 차별대우 등의 이유로 외국으로 이민을 가서 살고 싶다고 답한 청소년이 100%에 이르고 있어 우리 사회의 혼혈인에 대한 차별인식이 실제로 커다란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혼혈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교육에서 비롯된다는 학계의 주장이 있다. 단일민족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혈통적 민족주의를 고집하게 되고, 이는 우리와 혈통이 다른 사람들을 공동체에서 배제하거나, 상대적 불이익을 주어도 된다는 보편적 사회심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지금, 현실성이 결여된 배타적 민족주의 사상을 주입식으로 교육하기보다는 더불어 사는 지구촌시대에 걸맞은 교육과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수퍼볼 영웅 ‘하인스 워드’의 한국 방문으로 혼혈인의 처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자, 정부는 (가칭)‘혼혈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혼혈인의 차별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작금의 현실에서 뒤늦게나마 이를 금지하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법 제정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추진이 뒷받침되지 않고 일과성, 전시성 정치행위에 불과하다면, 오히려 혼혈인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자괴감 등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 분명하다.
허울 좋은 법 제정에 앞서서 고용문제를 비롯하여 교육, 복지 등 혼혈인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아울러, 비혼혈인은 혼혈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버리고 그들의 절망과 아픔을 보듬으며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혼혈인구의 증가는 장차 그들의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역시 자연스럽게 높이게 됨은 물론, 결국 그들에게 아웃사이더가 아닌 공동체의 당당한 핵심 구성원으로서의 정당한 의무와 권리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성숙한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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