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편집부국장 |
두 사람은 중앙 정치 무대에서 놀아본, 꽤 무게가 나가던(또는 지금도 그러한) 유력 정치인이다. 강창희씨와 이인제씨가 시·도지사에 출마할 경우 ‘지방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거취에 관심을 가졌다. ‘지방의 정치적 위상’이란 말 그대로 지방이 갖는 정치적 파워다. ‘중앙’과의 관계에서 ‘지방’의 위상이다.
지방자치가 시행되고 있고,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있지만 말만 자치(自治)일뿐 지방의 모든 것을 중앙이 쥐락펴락한다. 지방은 중앙정치의 꼭두각시 노릇을 아직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기간 중에도 온통 중앙 정당, 중앙 정치인들이 판치고 있다. 열린우리당 대표 정동영씨가 ‘지방의 부패’를 강조하고 있지만 부패로 치면 중앙은 지방의 수십 수백 배는 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공천 비리가 어디서 터졌는가? 지방선거에 한몫 잡으려는 ‘중앙 사람’들이 해먹으려다 들통난 것 아닌가?
지방자치 시대,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역량은 곧 지방의 위상이다. 그래서 특히 시·도지사는 국가 차원의 권리와 책임의 한편을 떠맡는 정치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물론 “지방자치에 꼭 정치인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는가, 오히려 그 반대 아닌가?” 하는 이론(異論)도 있을 수 있다. ‘CEO형 리더십’주창자라면 그 이론에 공감할 것이다. 정치권에서조차 ‘CEO형 리더십’을 원하기도 한다. 한나라당도 대전시장 후보로 삼성전자 사장을 영입하려 했었다. 먹고사는 ‘경제문제’에 관한 한 CEO형 리더십이 좋은 대안일 것이다.
그렇지만 지방이 여전히 중앙에 휘둘리는 상황에선 우선 지방의 힘을 키우는 게 필요하고, 단체장은 지방의 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게 정치적 리더십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특히 광역자치단체장인 시·도지사는 중앙에 맞서 투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정치적 파워를 갖춰야 한다.
어제 아침 대전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한나라당 충남지사 후보로 결정된 이완구씨가 출연, “도지사는 대통령과도 맞설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완구씨 본인이 정말 그러한 도지사가 될 수 있을지는, 만약 그가 당선된다면 알 수 있겠지만 그런 사람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그게 가능하려면 시·도지사 자신이 정치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 중앙 정당에 공천해달라며 목을 매야할 입장이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앙당 눈치를 보지 않고 소리를 질러댈 수 있어야 한다. 우리지역 후보감으로 거론된 사람 중엔 강창희씨와 이인제씨가 거기에 근접한 사람이다.
대전시장 후보로 결정된 염홍철·박성효씨는 이런 점에선 의문 부호가 붙는다. 충남지사 후보로 확정된 오영교씨도 중앙 관료의 경험을 가졌을 뿐 정치적 역량은 미지수고, 충남지사 후보로 이명수씨가 확정된다고 해도 그 점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관료 출신 후보라 해서 정치역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편견일 수 있고, 그들 스스로 정치적 역량을 키우지 못한다는 보장도 없으나 의문 부호가 먼저 붙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명실상부한 ‘지방자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중앙의 권력과 맞서 싸울 투사(鬪士)형의 정치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필요한 덕목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런 시기라고 본다. 이번 대전 충남 도지사의 후보군을 보면서 아쉬운 것은 그 점이다. 그러나 현재 1등이 없다면 누가 2등인지 살펴야 하고, 아니면 장차 누가 1등감인지 관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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