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적 사회구조·낮은 형량등 재범 부추겨
하루가 멀다하고 전국 곳곳에서 성(性)폭력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친딸이나 조카가 범행대상이 되는가 하면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려다 살인까지 저지르는 등 범행이 날로 잔혹해지고 있다.최근 발생하는 성폭행 범죄의 실태와 대처 및 예방안 등에 대해 4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2월 태안에서는 13살 난 자신의 친딸을 2년여 동안 14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폭행 한 인면수심의 비정한 아버지가 검거되기도 했다. 또 지난 1월에는 10여년간 전국을 돌며 110여 차례의 강도 및 성폭력 범행을 저지른 ‘발바리’가 검거됐으며 같은달 발생한 천안 풍세면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최근 인천에서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덜미가 잡혀 여죄 수사과정에서 살인범으로 밝혀졌다.
사이버상에서 채팅을 통해 여성들을 유인해 성폭행하는가 하면 지나가는 여학생을 강제로 차에 태워 범행을 저지르는 등 성범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엽기적인 성범죄로 인해 오죽하면 ‘딸을 둔 게 죄’라는 푸념이 부모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다.
성폭력 범죄 발생 원인은 우리사회의 성차별적인 사회구조, 왜곡된 성문화, 의사소통의 불일치 등을 꼽을 수 있다.
가정 뿐 아니라 직장과 사회에서 남녀는 대부분 지배와 복종의 관계에 놓이게 되고 그릇된 향락퇴폐 문화로 여성들이 성적 노리개로 취급되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3번째로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청 집계에 따르면 1975년 2744건이던 성폭력 범죄는 1980년 이후 매년 증가해 최근에는 해마다 5000여건 이상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에서 발표한 ‘범죄백서’에 의하면 신고율은 실제 발생건수의 2%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근거로 계산하면 한해 25만건, 하루 685건, 한 시간에 29건, 2분마다 1건의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렇듯 드러난 성폭력과 감추어진 성폭력의 실상은 상당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2% 정도만 성폭력 전체의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성폭력 범죄자들에 대한 낮은 형량에도 문제점이 있다.
재범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설민구 판사가 한국 성폭행 범죄자의 양형을 비교 분석한 결과, 성폭행 범죄자가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나는 비율은 미국이 20% 수준인 데 반해 한국은 50%가 넘는 것으로 나와 있다.
또 강제추행 범죄자에 대한 징역 형량은 미국은 평균 65개월이지만 한국은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4개월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성폭력 상담소 관계자는 “성폭력 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깨고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며 “남녀 평등한 성문화의 정착, 즉 성의 사회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평등교육실시 등을 통해 성폭력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다 근본적인 예방을 위해서는 개인적, 사회적인 노력과 함께 국가적인 장치 또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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