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두 뉴스는 실은 한 가지 키워드로 묶여있다. 에너지다. 자체 발전 시설로는 필요한 전력량의 절반 남짓 밖에 충당하지 못하는 제주도는 육지와 이어진 전선이 끊기자 순식간에 전기 없는 원시 세계로 변했다. 천혜의 관광 자원을 바탕으로 국제자유도시를 꿈꾸는 제주도가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인 전력의 안정적 공급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건 부끄럽다.
최근 수년간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까지 불리게 된 중국은 세계 최대 우라늄 매장국 호주와의 협상 타결로 향후 수십년간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할 에너지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2004년 11월 현재 15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중국은 이로써 2020년까지 40기로 늘어날 원자로의 TMf 우라늄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두 가지 사건은 대부분 사람들이 존재를 잊고 사는 에너지가 여전히 국가나 개인에게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에너지 소비량의 98%를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총 전력 소비량의 40% 이상을 20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생산해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열악한 환경을 딛고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 국가 경쟁력 세계 13위의 경제 강국으로 올라선 데는 원자력이 기여한 바가 지대했다.
1970~1980년대 고도 성장기엔 원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대단했지만 요즘 원자력은 잊혀진 존재가 된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원자력 연구 개발은 지나간 과거의 신화가 결코 아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그리고 후손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돼야할 국가적 과제다. 원자력 기술은 이제 에너지 생산을 위한 발전소 건설 뿐 아니라 식품 의학 등 생명공학(BT)과 초정밀 나노공학(NT) 환경공학(ET) 반도체(IT) 등으로 적용 분야와 파급 효과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들은 안타깝게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뜻깊은 행사가 마련됐다.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펼쳐질 ‘2006 원자력 체험전’이다.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번 행사는 서울 전시를 마친 뒤 오는 26일부터 5월 10일까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으로 자리를 옮겨 대전 충청 지역민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2006년 원자력 체험전’은 원자력 연구 개발의 중추인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원들을 비롯, 국내 원자력 종사자들이 지난 반세기에 걸쳐 흘린 땀의 결정체들을 한 데 모은 공간이다. 원자력이라면 거대한 발전소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방사선 기술을 이용한 고순도 화장품과 오는 2008년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를 타고 지구 밖으로 나갈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먹을 한국형 우주식품까지 다양한 전시물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직접 와서 관람을 하면 ‘아, 원자력이 이런 일도 하는구나’ 깨닫게 될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꿈을 심어줄 과학 강연과 원자력 연극, 마술쇼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무료 이벤트들도 준비돼있다.
‘2006 원자력 체험전’에서 원자력 기술 선진국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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