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 희생은 사회의 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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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 희생은 사회의 기초

  • 승인 2006-04-17 00:00
  • 장종현(백석대 총장)장종현(백석대 총장)
한 남자 아이가 수술을 받으면서 긴급하게 수혈을 해야 했다. 혈액형이 맞는 사람은 여섯 살짜리 여동생뿐이다. “오빠를 위해서 너의 피를 줄 수 있겠니?” 엄마가 물었다.

여동생은 잠시 생각하더니 오빠를 위하여 피를 주겠다고 대답했다. 수술은 잘 진행됐다. 수혈을 하고 아직도 침대에 누워있는 딸에게, “오빠의 수술이 잘 진행된단다, 고맙다!” 엄마의 말에 이 여자 아이가 묻는다. “그런데 나는 언제 죽나요?” 피를 뽑으면 죽는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희생을 치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기초가 평등과 정의라고 생각한다. 일면 맞는 말이다. 가족간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자가 여자를 억압하고, 애국심의 이름으로 국가가 소수자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으면서 ‘회사를 가정같이’ 사랑하라는 구호를 외쳐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자.

사실은 우리 사회를 지탱해 가는 더 중요한 덕목은 사랑과 희생이라고 나는 믿는다. 사랑이 정의에 기초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의가 사랑에 기초해 있다는 말이다. 결국 가정은 부모의 희생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어떻게 먹을 것 다 먹고 누릴 것 다 누리면서 자녀를 키울 수 있는가?

엄상익 변호사의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상습절도범으로 구속된 청년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하여 어머니가 찾아왔다. 핫도그 노점상을 하는 그녀는 40대였지만 가난과 고생에 찌들어 70세 노파처럼 보였다. 꼭꼭 싸맨 돈 100만원을 합의금으로 내어놓는다. 핫도그 한 개 팔아 400원 남으니 이 돈을 마련하려면 2500개 팔아야 한다. 아들은 훔친 돈으로 놀기 바빴는데, 어머니는 단속원의 눈을 피해 2500개 판 돈을 보상금으로 가져왔다.
법정에서 이를 눈물로 증언하여 아들이 결국 풀려나오게 되었다 한다.

이런 어머니의 희생이 있으면 아들의 삶이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판사가 인정한 것이다.
교육의 기초도 희생이다.

학교 교육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교실이 붕괴된 것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론이 있다. 더 나은 ‘제도’를 만들기 위하여 몸부림친다.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면 교사의 소명감 약화가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

우리 자랄 때보다 지금의 교육환경이 더 열악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 때는 참된 스승이 있었고, 우리 기억에 남는 스승들은 한결같이 자기를 희생하며 제자를 사랑한 분들이다. 이제 곧 4·19를 맞이한다. 불의에 맞서 정의를 외치고 용감히 싸운 분들, 그런데 한 세대 후 그들이 바로 타도의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이 외치던 정의의 내용은 같은데, 사람이 바뀐 것이다.

국가를 위하여 일신상의 안위를 버렸던 분들이 자신이 가진 위신과 특권을 고수하려는 것이 문제다. 과거의 희생이 현재의 공로가 되어버렸다.

우리 사회의 기초는 사랑과 희생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붕괴하지 않고 이만큼이라도 유지되는 것은 아무도 모르게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 시대에 지혜자도 많고, 그 지혜를 이용하여 잘 살게 된 사람도 많다.

약삭빠르게 법망을 피하여 돈을 버는 사람들이 이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손해 볼 것을 알면서도 양심을 지키기 위하여 그 손해를 감수하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 사회가 완전히 붕괴하지 않는 것이다.

성경에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한복음12:24) 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여러 사람의 희생의 터 위에 서 있는 나 자신, 이제 내가 사회를 위하여 어떤 희생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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