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나도 이제 선임자들과 비슷한 연배가 되고 보니, 요즘 새로 뜨는 가수가 누구인지 모르고, 빠른 노래 가사는 잘 알아듣지도 못한다. 노래뿐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말이나, ‘이모티콘’을 보노라면 세대 차이를 실감하면서 신세대의 유행어나 노래 하나쯤 알아두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 스스로 안타까울 뿐이다.
당시 중장년층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젊은이들과는 왜 거리가 있을까? 젊은이의 판단으로는 크게 고심을 하지 않고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인데도, 왜 가부(可否)를 빠르고 분명하게 내리지 않고 머뭇거리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저런 모습은 닮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가진 때가 있었는데,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는 나도 알게 모르게 후배들로부터 그런 소리를 듣고 있지나 않을까 생각한다.
당시 선임자들의 판단은 이것저것을 두루 살피는 경륜에서 배어오는 노련함인 것을 왜 몰랐을까?
한국인으로서 예일대 법대학장에 오른 고홍주(高洪株)박사는 “실천 없는 이론은 생명력이 없고, 이론 없는 실천은 경솔하다”고 했는데, 이론과 실천, 패기와 신중함의 조화를 이야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세상일을 쉽고 만만하게 여겼던 것이 지금은 쑥스럽고, 뒤늦은 깨달음이 부끄러울 수밖에, 그리고 ‘연륜’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인데, 당시의 선배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 그것을 지금에서야 겨우 조금씩 깨닫고 있으니 후회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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