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기자 |
하물며 경기의 전리품이 권력이라면 그 크기와 관계없이 주자는 모든 것을 걸고 질주한다.지난 10일 한나라당 서구청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을 시작으로 지방선거 예선전이 한창이다.젊은 패기 하나로 예선전에 나섰던 김영진 후보는 선전에도 불구,상대의 ‘현직 프리미엄’을 넘지 못하고 또 다시 분루를 삼켰다.
2002년 대통령 선거이후 정치권내 경선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대중은 겉모습과 이벤트에 영향을 받는다’는 정치학설의 충실한 수용과 노사모로 대표되는 젊은 지지층의 절묘한 조합은 학연 지연 등 우리사회 곳곳에 박혀있는 패거리 문화를 딛고 ‘고졸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당시 밀실에 갇혀있던 정치는 국민경선제라는 새로운 매개체를 통해 양지로 나왔다.경선은 선거인단 매수와 흠집내기 등 부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이지만 민의(民意)의 반영과 비민주적 정당정치를 배격할 대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동안 경선을 무기로 삼아 지역정가의 뉴스 메이커 역할을 했던 권선택 의원이 대전시장 불출마를 선언했다.염홍철 대전시장과의 경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열린우리당을 탈당,한때 국민중심당 입당이 기정사실이 됐던 그다.
브레이크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권 의원의 질주는 멈췄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모호한 불출마의 변은 외압설 등 정치꾼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대통령 탄핵 파동 와중에 치러진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권 의원이 의원 배지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듯 싶다.더욱이 선거가 확률 싸움이라고 볼 때 권 의원의 선택은 이미 예정된 것일 수도 있다.권 의원을 향해 삼고초려했던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를 시장선거에 내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공공연히 거론되는 것을 보면 영입무산으로 인한 파장이 만만찮음을 짐작케 한다.
권 의원 영입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중심당을 제외한 각 정당의 대전시장 후보들은 당내 전략공천을 통해 주자로 뽑혔다.열린우리당 염홍철 대전시장과 한나라당 박성효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민주노동당 박춘호 위원장은 5?1 결전을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염홍철 후보에게 이번 선거는 지난 4년,시장으로서의 공과(功過)를 평가받는 자리가 된다.염 후보가 ‘현직 프리미엄 포기’를 선언했지만 선거가 늘 그렇듯 현직이라는 플러스 알파 요인을 갖고 있음은 분명하다.행정관료에서 정치인으로 옷을 바꿔입고 한나라호에 승선한 박성효 후보와 대안정치세력을 자임하고 나선 민노당 박춘호 후보의 도전은 시작됐다.얼마전까지 정무부시장으로 염홍철 후보와 시정을 함께 했던 박성효 후보의 시장 출마는 이번 선거에서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된다.
선거는 먼저 골인점을 통과한 선수에게 승자의 자격을 주는 운동경기와 다르다.유권자의 냉혹한 평가에 의해 승자가 결정된다.정당 정치에서 선거는 후보들의 인물됨은 물론이고 소속 정당을 평가하는 장(場)이기도 하다.
“권력은 의견(여론)에 근거한다”는 나폴레옹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유권자는 이번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할 책무가 있다.다수의 건강한 의견에 의해 뽑혀진 후보가 승자가 될 때 사회는 발전적으로 변화된다.정치가 사회 운영 시스템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작동기저인 상황에서 정치 냉소주의 또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정치의 계절,꼼꼼하게 후보를 고르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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