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4월. 온 세상이 온통 꽃으로 뒤덮였다. 노란 개나리가 울타리 옆을 비집고 삐죽 나와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며 환하게 웃는다. 여기 저기 만개한 벚꽃은 봄바람에 실려 꽃잎을 날린다. 봉오리를 활짝 피운 목련도 이에 질세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진달래도 하얗고 노란 색채에 분홍색을 덧씌우며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 분홍, 빨강색의 철쭉꽃도 이달 중순이면 꽃망울을 활짝 터뜨릴 채비로 몸 화장에 부산하다.
4월의 자연은 ‘꽃 대궐’이다. 그 속에서 왕자와 공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갑자기 부러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환하게 웃음짓는 꽃을 보노라면 겨우내 찌들었던 기분도 한방에 날려 보낸다.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지는 이맘때면 이제나 저제나 어떤 꽃망울이 피어날까 절로 궁금해진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꽃 개나리. 3월말부터 개화해 노란 물결을 이룬다. 물이 졸졸 흐르는 시골 개울가 옆에도, 도심 아파트 담장 앞에도, 어느 곳이든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벚꽃은 화려함을 자랑한다. 식목일 이후 절정을 이루고 있는 벚꽃은 도시인들에게 있어 꽃놀이의 대명사가 됐다. 노란 유채꽃도 향기를 흘리며 봄이 왔음을 알린다. 이달중순이면 절정을 이룬다. 삐죽이 고개를 내민 노란 유채 물결의 향연에 몸을 맡기고 싶다.
우리나라의 봄은 온통 진달래 산천이다. 3월말부터 나지막한 산허리에서부터 지천으로 피어나는 진달래도 이달 말이면 만개한다. 양지바른 야산과 땅 깊고 폼 넉넉한 육산 쪽에는 어김없이 진달래가 자신을 봐달라는 듯 온몸으로 손짓한다.
유난히 작가들의 영감을 자극해 온 진달래. 그래서일까. 김소월의 ‘진달래 꽃’이 아니더라도 진달래를 노래한 작가는 많다. 작가 손광성은 ‘나도 꽃처럼 피어나고 싶다’에서 진달래를 이렇게 표현했다. ‘봄을 알리는 꽃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역에서 봄을 알리는 꽃은 그리많지 않다. 매화는 남도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이요, 벚꽃은 도시나 관광명소가 아니면 보기 힘든 꽃이다. 산 속에서 제일 먼저 피는 꽃으로 생강나무 꽃이 있지만 깊은 산속이 아니면 이 또한 보기 어려워 산을 자주타는 사람이 아니면 즐길 수 없다. 그러나 진달래는 어디서고 쉽게 볼 수 있다.
불길처럼 온 산을 물들이는 이 꽃은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꽃이 아닌가’라고. 각종 봄철 야생화도 생명의 힘을 발휘한다. 하늘 향해 소원을 비는 듯한 ‘하늘말라리’, 봄에 싹이 돋아 날 때 꿩의 다리와 비슷하다해서 붙여진 ‘금꿩의 다리’ 등 산야에 피어난 야생화는 지친 정신에 향기를 불어 넣어 준다.
겨우내 움츠렸던 꽃나무들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 젊은 연인들은 꽃을 보며 사랑을 키우고 가족들은 화합의 씨앗을 발견한다.
가족과 연인들과 꽃 나들이를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그 속에서 봄의 기운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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