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음성유도기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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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음성유도기 ‘그림의 떡’

시각장애인 대부분 리모컨 없고 설치사실조차 몰라

  • 승인 2006-04-13 00:00
  • 이시우 기자이시우 기자
시각장애인들의 이동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는 ‘시각장애인용 음성유도기’가 대전 지하철 역사 및 일부 신호등에 설치돼 있으나 이를 알고 이용하는 장애인은 극히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지하철에는 시각장애인들의 이동을 돕기 위한 ‘시각장애인용 음성유도기’가 10개역에 각각 9~14개씩 모두 139개가 설치돼 있다.

‘시각장애인용 음성유도기’란 지하철 역사나 신호등 등에 설치된 수신 장치로 시각장애인이 서있는 위치와 주변 정보를 알고 싶을 때 장애인이 갖고 있는 리모컨을 누르면 정보를 음성으로 알려줘 쉽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이 장치는 대전지하철 매표소나 엘리베이터, 계단 위 등에 설치돼 있어 시각장애인이 일정 범위 안에서 리모컨 버튼을 누르면 시설물의 정보나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음성 안내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은 이 장치가 지하철에 설치돼 있다는 것은 알지도 못할뿐더러 신호를 보내는 리모컨조차 갖고 있는 장애인이 없어 실제 생활에 이용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지난 11일 지하철 체험 시승을 한 대전맹학교 교감 윤여운씨는 “음성유도기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그런 장치가 있는 줄 알았다면 학생들에게 산교육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대전시각장애인협회장 이재화씨도 “지난해 한국시각장애인협회로부터 100개의 리모컨을 받았지만 음성유도기가 설치된 곳이 신호등 12개소 밖에 되지 않아 활용도가 낮았다”며 “현재는 리모컨을 갖고 있는 시각장애인은 거의 없고 시설에 교육용으로 3~4개만 남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대전지하철 역무원들 역시 장치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역무원은 “유도기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장치의 용도나 어떻게 작동되는지 알지 못한다”며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할 경우 역무원이나 공익근무원이 직접 안내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좋은 시설을 설치한 만큼 시각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다”며 “음성유도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는 만큼 충분한 홍보와 리모컨 보급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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