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주로 유학파 소장 음악인들로 정기 및 기획연주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정기연주회는 음악성이 높고 어려운 곡을, 기획연주회는 대중성을 중심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한다. 그러니까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모토다. 클래식은 지루하고 난해하다는 편견을 깨는 신선한 공연들.
요즘은 공연 형식도 많이 바뀌었다. 정통 클래식만 고집하던 성악가가 가요를 노래하고, 교향악단도 영화음악과 뮤지컬 등을 연주한다. 그런가하면 연주만 이어가는 방식에서 해설을 덧붙이는 음악회도 일상화되었다. 가곡과 민요, 판소리가 한 무대에서 벌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폭이 넓어진 탓인지 공연장마다 관객이 넘치고 있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개관하고부터 폭발적으로 증가된 것 같다.
2003년 10월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완공됐다. 개관기념 공연으로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초청되었는데 열기가 대단했다. 오펜바크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올림피아인형의 노래’는 절정이었다. 청중들은 브라보를 연호하며 앙코르를 요청했다.
그로부터 예당은 대전문화의 신 르네상스를 촉발하는 중심이 된 것이다. 때로는 매진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같은 장소에 있는 대전시립미술관은 상대적으로 썰렁해 보인다. 나름대로 다양한 기획전과 대형전시회가 열리지만 발길이 뜸하다. 이렇게 보면 작금의 대전지역문화계는 음악이 이끌고 다른 장르가 끌려가는 양상이다.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 연극, 전통문화계도 답보상태로 보여진다.
흔히들 대전을 철도가 낳은 도시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유구한 대전의 역사를 폄하하는 시각이다. 먼저 선사시대를 보면 한국 최고(最高)의 농경무늬청동기가 발굴되었고, 조선시대에는 우암을 비롯한 기호학파의 저택이 아직도 보존돼 있다. 대전이 경부선과 호남선 때문에 급조된 도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편으로 대전을 25% 도시라고 한다. 본토박이가 25%, 호남과 영남 출신이 각각 25%, 북한이 고향인 실향민이 25%를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그렇게 신빙성이 떨어지는 주장은 아니다. 결국 비빔밥 같은 복합적인 인구분포인데 도시 성격도 철저하게 혼재되어 있다. 대덕연구단지와 정부대전청사에 3군 본부까지 한국의 중추적인 기관이 집결해있다. 여기에 행정중심복합도시의 배후도시가 되었으니 더욱 복잡다단하다. 문제는 이런 인구적 특성과 도시성격을 네트워킹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행정기관은 물론 시민 단체들 역시 중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수립하거나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비록 음악계가 먼저 문을 열었지만 새로운 문화 기운이 꿈틀거린다.
과연 대전의 신(新) 르네상스를 열 것인가? 이제 선거철이다. 흔히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로 규정한다.
지난 세기 동안 대전은 양적인 팽창을 거듭해왔다. 전국 4위를 넘보는 인구하며 행복도시로 상징되는 지속적인 발전이 그것이다. 그러나 왜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가?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문화리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술단체에 예산을 지원하고, 대규모 공연장을 짓고, 전시장을 찾는다고 문화시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말 대전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지금 문화의 세기를 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게 왜 지금인가를 제시할 수 있어야한다. 각 당의 대전 시장 후보가 잇따라 확정되고 있다. 문화의 세기 21세기 대전의 문화리더 시장후보를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